농협손보가 날씨 걱정하는 까닭은?

입력 2021-03-23 17:01
수정 2021-03-24 00:39
“NH농협손해보험처럼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보험회사도 아마 없을 겁니다.”

최창수 NH손보 대표는 “가뭄이나 장마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은 꽃샘추위가 매섭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꽃샘추위가 심하면 풍년을 기대하기 힘들다. 농작물이 개화한 상태에서 냉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최 대표의 날씨 걱정은 국내 유일한 농작물재해보험 판매회사인 NH손보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NH손보는 1961년 농협공제에서 시작해 2012년 농협의 사업구조 개편에 따라 손해보험사로 출범했다. 정부는 별도 회사로 분리를 허용하면서 두 가지 조건을 달았다. 농업인을 위해 농작물재해보험(사진) 가축재해보험 농기계종합보험 등을 계속 유지하고, 손보사의 핵심 사업 분야 가운데 하나인 자동차보험을 취급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NH손보가 2018년부터 3년간 농업인 정책보험 상품으로 지급한 돈은 3조2000억원에 이른다. 농작물보험은 지난해에만 1조200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20년 전 농작물보험이 출시된 이후 최대 규모다.

이상 저온으로 과수 냉해 피해가 컸고 54일간 지속된 장마 그리고 잇단 태풍으로 작황이 나빠지면서 농작물보험에서 300억원이 넘는 적자가 났다. 농작물보험의 가입률은 전체 농지 면적 기준으로 45%에 이르고 있다.

NH손보는 정책보험사업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당기순이익이 463억원으로 전년(68억원)보다 크게 늘었다. 보험소비자에게서 받는 원수보험료도 3조23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14.5%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력하게 이어지면서 병원을 이용하는 사람이 줄어든 데다 농업인 정책보험에 대한 재보험 확대, 고위험 물건에 대한 인수 평가 강화 등으로 손해율을 20% 가까이 떨어뜨린 덕분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10월 임직원 750여 명을 대상으로 공모해 ‘따뜻한 동행, 함께 만드는 미래’를 NH손보의 새로운 비전으로 정했다. 2025년 원수보험료 4조8000억원, 당기순이익 1000억원의 견실한 중견 손보사로 성장하겠다는 게 NH손보의 목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