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이 결국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다. ‘애니콜 신화’로 유명한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의 차남인 이종현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한 지 불과 2년 여만이다. 이씨 부자는 코스닥시장에서 여러 차례 무자본 인수합병(M&A) 의혹을 받아왔다.
한국거래소는 23일 좋은사람들의 주식 거래를 정지했다. 회사 측이 전일 장 마감 후 작년 사업연도에 대한 의견거절 감사보고서를 내놓으면서다. 감사를 맡았던 한올회계법인은 “회사의 자산 취득 및 처분, 매출채권과 미수금, 수수료 등 회사의 다수 거래와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일부 자금 거래와 관련해 자금 출처와 인감 사용, 이사회 개최 등 적절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견거절 근거를 설명했다.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이의신청을 거쳐 상장폐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좋은사람들은 연예인 주병진 씨가 1993년 설립한 속옷 제조회사다. 개성공단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남북 경제협력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주씨가 경영권 매각한 이후 미래에셋 출신인 선경래 지앤지인베스트 회장의 손을 거쳤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지배하는 '제이에이치W투자조합'을 통해 좋은사람들을 인수했다. 이 대표는 무자본 M&A 방식으로 상장사를 인수하고 회사돈을 유용하는 ‘기업사냥꾼’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인물이다. 사기극으로 드러난 라임 펀드 자금이 좋은사람들 인수자금에 활용됐다는 의혹도 나오기도 했다. 라임 펀드 관련 에스모 동양네트웍스 등을 지배했던 이모 회장이 깊숙하게 연루돼 있다는 후문도 나왔다. 이 대표가 실권을 장악한 뒤 좋은사람들 실적은 급격하게 고꾸라졌다. 좋은사람들은 2018년 영업이익 25억원을 냈지만 2019년 영업손실 87억원을 냈다. 지난해에는 손실이 233억원으로 급증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