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 뽑힌 배터리주…전문가 "과도한 우려 경계" [이슈+]

입력 2021-03-23 14:45
수정 2021-03-23 14:50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주가가 연일 휘청이고 있다. 100만원을 호가하던 LG화학 주가는 일주일 새 70만원대로 내려앉았고, SK이노베이션은 장중 20만원까지 떨어졌다.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탑재' 선언에 이어 현대차그룹이 배터리 연구개발 조직을 강화하는 등 자체 생산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주가 하락에 기름을 부었다.

23일 오후 2시39분 LG화학 주가는 전장 대비 2만9000원(3.6%) 내린 77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 종가(96만6000원) 대비 약 24%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이날까지 각각 5759억원, 2527억원가량 순매도했다. 반면 개인은 8001억원가량 순매수했다.

SK이노베이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장 대비 2500원(1.22%) 내린 20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에는 장중 20만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배터리주를 끌어내린 가장 큰 원인은 폭스바겐의 '각형 배터리 탑재' 선언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15일 배터리데이에서 각기둥 모양의 새로운 배터리셀을 도입하고 유럽에 배터리공장 6곳을 세우는 전기차 전략을 발표했다.

현대차가 배터리 자체 생산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부품의 수직 계열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두 사안이 배터리 업계에 부정적인 재료가 될 것으로 봤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그간 각형이 아닌 원통형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 왔기 때문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향 파우치형 2차전지 주요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에는 부정적인 소식"이라며 "2025년부터 한국 2차전지 셀업체들의 폭스바겐 내 점유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배터리 관련 검토설은 배터리 업종에 부정적일 수도 있겠지만 향후 배터리 가격 협상 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배터리 이슈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양산기술 미검증과 대규모 설비 투자, 영업손실 리스크, 에너지 밀도와 원가 격차 등을 감안하면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이유에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업계는 이미 상위 5~6개사 위주로 경쟁력 쏠림이 심화하며 구조조정이 빨라지고 있다"며 "폭스바겐의 계획도 실제 달성 가능한 목표가 아닌 선언적 의미"라고 짚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한국 업체들의 각형 생산 전환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과도한 우려는 경계가 필요하다"며 "주가 조정 국면을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김태동 한경닷컴 기자 n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