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미래자동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국내에선 각종 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관련 업계가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이다(한경 3월 22일자 A1, 5면). 최근 친(親)환경차 바람을 타고 전기·수소차 판매는 호조를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와 사업자 등의 강력한 반발로 생산·판매·운행·충전 등 거의 모든 단계에서 발목이 잡혀 있는 실정이다.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 생산라인은 올 들어 두 차례나 멈춰섰다.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적어 소요 인력 역시 줄어들 것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 때문이다. 기아 영업직들은 고용 불안을 이유로 오는 7월 출시예정인 전기차 EV6의 온라인 판매에 반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 영업직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국회는 전기화물차에 신규 운수업 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관련 법을 개정했다. 영세 업자 보호를 내세웠지만 민주노총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제주도에선 LPG차 충전업계의 반발로 수소충전소가 들어서지 못해 수소차가 한 대도 없다. 경쟁국들보다 앞서 신기술과 혁신을 이뤄도 모자랄 판에 남들 다 하는 미래차 사업이 곳곳에서 좌초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기득권은 있게 마련이다. 이들의 반발을 잠재우고 신산업이 활짝 피도록 공정 경쟁을 이끄는 것은 오롯이 정부 몫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역할을 했는지 의문이다. ‘노동 존중’을 앞세운 현 정부 들어 노사관계가 기울어지면서 노조로 대표되는 기득권은 날로 강고해지고 있다. 건설현장 곳곳에선 양대 노총이 서로 일을 맡겠다며 ‘떼법 시위’를 벌인다. 기아 한 협력사에서는 노조 간 갈등으로 점거농성이 벌어지면서 기아 광주공장과 협력업체 라인이 모두 멈춰서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극심한 경영난을 겪은 조선업계에선 또다시 노조의 파업과 농성으로 모처럼의 수주 낭보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친노조·친기득권 행보는 변함이 없다. 노조법 개정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으로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이 허용됐고 사업장 출입도 가능해졌다. 공공기관을 필두로 노동이사제 도입도 예고돼 있다. ‘타다’가 불법이 됐고, 쿠팡 같은 e커머스의 영업시간과 판매품목을 규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기득권이 전통산업은 물론 미래 먹거리까지 가로막는 퇴행이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게 지금 현실이다. 그 중심에 정부·여당이 있다. 이렇게 가다간 한국은 ‘기득권 천국’이자 ‘미래산업의 무덤’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