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 몰려 있던 주요 엔터테인먼트사들이 강북으로 속속 사옥을 확장 이전하고 있다. K팝의 세계적인 인기를 타고 엔터사들의 몸집이 불어난 데다 ‘문화 중심지’로서 강남의 위상이 하락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2일 서울 대치동에서 용산구 한강로동 용산트레이드센터로 사옥을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다. 신사옥은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로 전체 면적은 6만㎡에 이른다. 빅히트는 이 건물을 통째로 빌려 사무공간과 음악 작업실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시설, 방문객을 위한 전시공간 등으로 사용한다.
빅히트가 둥지를 이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원 수 급증이다.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와 지식재산권(IP)을 이용한 게임 등 정보기술(IT) 관련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개발자 인력이 크게 늘었다. 빅히트 관계자는 “2018년 100명대였던 직원 수가 불과 3년 새 관계사들을 합쳐 1000명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기획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탈(脫)강남’을 계획하고 있거나 완료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안에 서울 삼성동에서 성수동으로 사옥을 이전키로 하고 준비 중이다. 기획사들이 강남을 떠나는 건 문화 중심지로서의 위상 하락과 임차료 상승 때문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팝의 위상이 오르면서 기획사들이 강남의 ‘상징 자본’을 차용할 필요 없이 그 자체로 랜드마크로 설 수 있게 됐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면 신사옥들에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인접 상권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