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스의 도발…'兄 보란듯' 침대 1위 등극 예고

입력 2021-03-22 17:21
수정 2021-03-30 18:17
침대업계 2위 시몬스가 22일 지난해 실적을 내놓으면서 ‘침대업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뒀다’고 선언했다. 1위 에이스침대와의 격차를 매출 기준 180억원까지 좁혔기 때문이다. 안정호 시몬스 사장의 친형인 안성호 사장이 경영하는 에이스침대에 대한 공세로 해석돼 주목된다.

시몬스는 이날 지난해 매출이 2715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 3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기간 에이스침대 매출은 2895억원으로 4.4% 늘어났다. 두 회사 간 매출 격차는 2019년 736억원에서 18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시몬스는 이날 실적 보도자료를 “침대업계 1위 등극을 눈앞에 뒀다”는 내용으로 시작했다. 지난 30여 년간 침대업계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에이스침대를 겨냥한 다소 도발적인 표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몬스가 올해 ‘1위 등극’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돼서다. 에이스침대는 창업주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시몬스는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이끌고 있다.

시몬스 매출이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유통망 개선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결과라는 분석이다. 시몬스는 기존에 중저가 가구거리에 있던 대리점을 도시 중심의 프리미엄 상권에 재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시몬스 본사가 대리점의 임차료, 관리비, 인테리어, 매장 홍보 및 마케팅 비용 등을 모두 부담하는 시몬스 맨션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지난 한 해 동안에만 18곳을 추가했다. 전국에 총 38개 시몬스 맨션을 운영하고 있다.

시몬스 관계자는 “유통채널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동시에 통일된 브랜드 이미지와 마케팅을 강화한 덕택에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몬스는 매출 면에선 에이스에 근접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147억원으로 에이스침대(493억원)의 29.8%에 머물렀다. 비용 지출이 큰 시몬스 맨션을 늘리면서 임차료를 전년보다 70% 불어난 90억원 지출한 데다 인건비도 전년보다 100억원 이상 추가로 나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5.4%로 2017년 11.3%를 기록한 뒤 2018년부터 3년째 5% 선에 그쳤다. 에이스침대의 지난해 영업이익률(17.0%)과는 격차가 크다.

침대업계 관계자는 “침대업계 1, 2위 회사를 경영하는 형제간의 불가피한 선의의 경쟁”이라면서도 “시몬스는 매출을 불리는 과정에서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