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노동조합이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해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처벌 근거가 삭제돼 7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반면 사용자가 노조 요구 여부와 상관없이 법정 한도를 넘어서는 급여를 지급했을 경우의 처벌 조항은 그대로 유지된다. 노동계로 기울어진 개정 노조법의 또 다른 ‘독소 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법에는 노조 활동 또는 노동관계법상 근로자 대표 활동을 하는 경우 임금 손실 없이 근로시간으로 인정해주는 근로시간면제제도를 허용하고 있다. 이른바 ‘타임오프’제도다. 노조의 자주성이나 단체교섭의 노사 대등성을 위해서는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노조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영세 노조의 자립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2010년 도입됐다.
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를 근로시간면제자라고 부른다. 대부분 노조 전임자를 말한다. 근로시간면제자 수 산정 기준은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의결에 따라 조합원 100명 미만은 연간 2000시간(풀타임 근로자 기준 1명)이다. 조합원 100~199명 사업장은 연간 3000시간, 200~299명 사업장은 연간 4000시간 등이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가 사용자에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금지되며, 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1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또 노조 요구와 상관없이 사용자가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서는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로 처벌된다. 사용자가 노조의 요구에 따라 급여를 많이 지급했더라도 처벌은 더 세게 받는 셈이다.
사측에 불리하게 돼 있던 타임오프 관련 처벌 규정은 노조법 개정으로 7월부터 더 기울어진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이 삭제되면서 노조 처벌 규정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해 급여를 지급한 사용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처벌 규정과 형량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와 여당은 노조 처벌 규정을 삭제한 것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문제는 입법적 관여 대상이 아니라는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용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그대로 둬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용자의 과도한 급여 지급은 노조에 대한 지배 개입, 즉 노동3권에 대한 침해로 부당노동 행위에 해당한다”며 “노조에 대한 처벌 규정은 삭제했지만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넘어서는 급여는 무효”라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 지급 금지 규정과 노조 처벌 규정이 삭제되더라도 노조가 면제 한도를 넘어서는 지원을 받을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타임오프제도는 1997년 법이 제정됐음에도 노사 간 논란 끝에 13년이 지난 2010년에야 시행됐다. 노조 전임자 임금을 사측이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동시에 사업장 규모별 한도를 정하는 방식으로 도입됐다. ILO도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문제는 국가의 개입 대상이 아니라면서도 한국의 특수한 노사관계를 감안해 타임오프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12월 노조법을 개정하면서 노조 처벌 조항만 삭제했다.
경영계는 ‘냉가슴’을 앓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돈을 더 달라고 압박한 노조는 처벌하지 않고, 굴복한 사용자만 처벌하는 이상한 법”이라며 “설사 노조에 돈을 줬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자수할 리는 만무하고 결국 노조에 무기를 하나 더 쥐여주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