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아파트 효과 없네"…급매 사라지고 전셋값 '폭등'

입력 2021-03-23 05:00
”여긴 입주장 효과 없어요. 수요자들에게 보여줄 만한 매매나 전세 물량이 별로 나오지 않고 있는걸요.“

서울에서 '입주 아파트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하면, 보통 전세 및 매매 매물이 넘치곤 한다. 때문에 주변의 전셋값이 떨어지고 집값이 요동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입주장'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부의 잇단 규제로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가 줄면서 입주장도 사라졌다. 매매는 물론이고 전세 매물까지 급감한데다, 전세매물은 임대차법이 반영돼 되레 오르고 있다.

23일 신정동 일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1497가구) 아파트 전용 84㎡ 전셋값은 9억원대 중반~10억원 선에 형성돼 있다. 지난 1월까지만 하더라도 7억~8억원대 전후에 매물이 나오기도 했지만 최근 5000만~1억원 가량 가격이 뛰었다. 올 초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에서는 전세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가도 가파르게 뛰는 중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입주하면 일시적으로 전셋값이 떨어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작은 면적인 전용 59㎡는 7억~8억5000만원, 대형 평수인 115㎡는 13억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신정동 A공인중개사는 “전세보다 반전세와 월세 매물이 훨씬 더 많다”며 “융자가 있는 매물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셋값이 오르는 가장 큰 요인은 마땅한 집이 없어서다.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 보통 수백가구의 전세물량이 쏟아진다. 전세가는 낮아지고 주변의 전셋값까지 끌어내린다. 때문에 '입주 폭탄'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집주인들이 직접 거주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시장에 나온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있다. 발빠른 세입자들만이 일찌감치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단기 임대 조건이나 선순위 융자 등의 급전세 물건을 먼저 계약했을 뿐이다.

정부의 잇단 규제와 전세대출 압박 등으로 서울지역 새 아파트의 전셋값이 오른 탓도 크다. 임대등록주택의 혜택이 줄어든 것도 원인이다. 과거엔 조정대상지역 내 1가구 1주택은 민간임대주택 등록 시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 앞으로는 2년을 거주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단지를 주로 중개하는 P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고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유주 80%이상은 세를 주지 않고 직접 거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최근엔 대단지가 입주하더라도 실제로 전월세 시장에 풀리는 매물은 매우 적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전셋값 하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부동산 시장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가 입주 후 6개월간 전월세 거래를 추적 조사한 결과 지난해 3월 입주한 인근 단지인 양천구 '목동센트럴아이파크위브'는 전월세 거래량이 299가구에 불과해 90%는 최초 분양 받은 사람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입주한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도 4066가구 대규모 단지였지만 812가구만 전월세 거래량으로 잡혔다. 전체 가구 중 80%는 집주인이 거주하는 셈이다. 이처럼 자가 점유율이 높아진 이유로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인 2년 거주 및 보유 강화가 꼽힌다. 또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6개월 내 전입을 의무화하면서 여유 주택분으로 풀리는 전세 공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셋값이 뛰면서 매매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래미안 목동 아델리체는 지난해 말 전용 59㎡ 입주권이 13억원에 팔렸다. 2년6개월 전 평균 분양가인 6억4000만원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최고 호가는 14억원이다.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신고가인 15억9500만원에 손바뀜했다. 마찬가지로 평균 분양가(8억60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최근 호가는 17억원까지 나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입주장 효과가 사라진데다 올해 서울 1분기 신축 아파트 공급 물량은 지난해보다 대폭 줄어 앞으로도 전세난과 매매가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정동 R공인 대표도 “아델리체에선 새 매물이 나올 때 마다 매매 호가가 5000만~1억원씩 상승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