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임금 순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 온 언택트 열풍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영입 전쟁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대표적 테크기업인 카카오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의 직원 평균 연봉은 지난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섰다. 2019년 ‘연봉킹’ 자리를 차지했던 SK에너지를 비롯해 현대자동차 삼성물산 롯데케미칼 등 전통 대기업의 연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9일까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0개 주요 대기업 평균 연봉을 분석한 결과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삼성SDI 등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기업의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전년 동기 대비 6~35% 늘었다. IT(정보기술)기업의 연봉이 크게 올랐다. 카카오 직원의 지난해 평균 연봉은 1억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엔씨소프트(1억550만원·22%) 네이버(1억248만원·21%)도 연봉 1억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들 3개 기업의 평균 연봉은 오랜 기간 최상위권을 지켜온 삼성전자와 SK텔레콤 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은 삼성전자 1억2700만원, SK텔레콤 1억2100만원이었다. 경영계 관계자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영토를 확장한 플랫폼기업들이 ‘파격 연봉’을 무기로 업계 우수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2년인 데 비해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는 평균 5년에 불과하다.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연봉을 받았던 SK에너지 직원들도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었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SK에너지는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SK에너지 직원의 평균 연봉은 전년 대비 8% 줄어든 1억2100만원을 기록했다. 20개 대표 기업의 연봉 순위를 보면 3대 플랫폼·게임 기업은 2019년 10위권 밖에서 지난해 5위(카카오) 6위(엔씨소프트) 7위(네이버)로 올라섰다. 2019년 연봉 순위 1, 2위였던 SK에너지와 SK텔레콤은 3, 4위로 밀려났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업종간 경계는 무너지는데 그에 걸맞은 인재 양성 및 교육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하면서 ‘개발 인력 쇼티지’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IT업계는 구인난, 전통 산업에서는 취업난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재연/한경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