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현대자동차·기아와 손잡고 배달로봇을 개발한다. 우선 아파트 단지 입구부터 소비자 문 앞까지 찾아가는 ‘라스트마일 로봇배달 시스템’에 쓸 로봇 개발이 1차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음식점에서 가정집 문 앞까지’ 혼자 책임지는 완전한 로봇배달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배송 로보틱 모빌리티 및 물류 분야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18일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기아는 우아한형제들 배달로봇 ‘딜리드라이브’(사진) 고도화를 맡게 된다. 로봇이 실내외와 건물 층간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 로봇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통합관제 시스템을 구축한다.
딜리드라이브는 우아한형제들이 구축 중인 ‘라스트마일 로봇배달 시스템’의 핵심이다. 라스트마일 시스템은 배달 기사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서 음식을 딜리드라이브에 전달하면, 이를 딜리드라이브가 실어 소비자의 집 문 앞까지 배달하는 방식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난해 HDC아이콘트롤스, 현대엘리베이터 등과도 MOU를 맺었다. 로봇이 아파트 공동현관문을 통과하고 혼자서 엘리베이터를 타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우아한형제들은 작년 7월부터 경기 수원 광교 앨리웨이에서 라스트마일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아파트 공동현관 입구까지만 로봇이 음식을 배달하는 ‘라스트마일 직전 단계’다. 올 상반기에는 로봇이 공동현관 입구에서부터 이동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소비자 문 앞까지 음식을 배달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한 뒤 상용화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기아의 첨단 모빌리티 기술은 딜리드라이브 성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로봇 1위 사업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등 로봇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조직 ‘뉴 호라이즌스 스튜디오’의 변신 로봇 ‘타이거’를 공개했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2023년 강남·여의도 등 일부 지역에서 배달로봇 운행을 허가하는 등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다”며 “우아한형제들의 행보도 이런 흐름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민기/이선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