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는 5억원대였죠. P(웃돈)가 15억 붙어서 20억원이예요. 세금까지 감안해서 더 오른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화성시 청계동 A공인)
수도권 매매시장, 특히 2기 신도시에서 집값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세가 둔화된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분양권과 새 아파트들은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서울 및 지역 수요들이 따라 붙으면서 거래가가 오르고 있다.
중형 아파트가 지난해 10억원을 잇따라 넘기더니, 이제는 15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호가는 20억원 안팎으로 치솟았다. 특히 광교와 동탄2신도시 등에서 집값이 연일 오르면서 입주 10년차가 넘은 판교신도시의 집값을 추월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은 동탄2신도시다. 일부 아파트의 분양권이 풀리면서 일대의 거래가 연초부터 늘기 시작했다. 오는 7월 준공을 앞둔 오산동 '동탄역 롯데캐슬'은 지난 1월9일부터 전매제한이 풀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날까지 거래가 신고된 분양권은 73건으로 전체(940가구)에서 7.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주택형이나 층에 따라 매매가가 다르지만 전용 84㎡는 7억3000만~9억1650만원에 거래됐고, 102㎡는 7억3000만~11억4065만원에 손바뀜이 나왔다. 동탄2신도시, 중형 아파트 잇따라 15억 넘겨청계동의 B공인중개사는 "전매가 풀렸는데 10%도 거래가 안나왔다는 건 그만큼 매물을 쥐고 있다는 얘기"라며 "롯데백화점이 오픈하면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 단지에 나와있는 분양권은 전용 102㎡로만 5개에 불과하다. 분양가는 5억원 정도였지만, 웃돈이 14억~16억원까지 붙으면서 호가는 20억원에 달한다.
실거래가 신고된 가격(11억원대)과 호가(20억원대)의 차이가 너무 심하지 않냐는 물음에 "우리는 다운거래 안한다"는 답만 했다.
시범단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청계동 일대에서는 중형을 중심으로 신고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한화꿈에그린프레스티지는 전용 101㎡가 지난달 14억95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1.0은 지난달 전용 99㎡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됐고, 반도유보라아이비파크 4.0의 전용 97㎡는 이달들어 13억4000만원에 신고가가 나왔다.
일대의 대장 아파트인 동탄역더샵센트럴시티는 전용 97㎡가 지난 1월에 15억2000만원에 실거래 되더니 호가는 16억원대로 뛰었다. 전용 84㎡ 역시 14억원에 대부분의 매물이 나와있다. 청계동의 A공인관계자는 "동탄은 중형이 먼저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며 "작년 중순까지만해도 10억원이 넘는 매매가에 긴가민가하는 분위기다가 이제는 15억대는 당연히 넘긴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탄은 매물이 좀 있다보니 거래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10억은 기본…'호수뷰' 매물호가 25억까지 치솟은 광교광교신도시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달들어 중형면적에서 15억원이 넘어가는 계약이 나왔다. 광교호수공원을 끼고 있는 원천동 '광교중흥S-클래스'는 전용 109㎡가 지난달 19억8000만원에 매매됐다. 저층은 20억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조망이 잘 나오는 중층 이상의 매물은 25억원에도 호가가 형성됐다.
이달들어 체결된 매매가는 신고가 행진이다. 이의동 e편한세상테라스 광교이스트힐 111㎡는 12억9000만원에, 광교호반베르디움트라엘 101㎡가 12억5000만원에 각각 신고가를 경신했다. 전용 84㎡ 기준으로도 최고가를 찍기는 마찬가지다. 자연앤힐스테이트는 15억4000만원에 거래됐고, 광교더샵도 전용 13억3500만원, 광교 레이크파크 한양수자인은 12억4000만원에 각각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의동의 C공인중개사는 "서울에서 문의하거나 넘어오는 수요자들이 많다"며 "30~40대의 젊은 부부들도 있지만, 자녀들을 다 키운 50대들이 중형 아파트를 알아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새 아파트 매물은 잠기거나 호가가 너무 비싸고, 외곽의 낡은 아파트를 사느니 내려오는 수요자가 많다는 얘기다. 일부는 강남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고 부부는 광교의 새 아파트로 이사오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반면 입주 10년 차가 넘어가는 판교신도시는 집값이 답보 상태다. 광교신도시 보다 집값이 낮은 경우도 나오고 있다. 판교의 대표적인 아파트인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판교푸르지오그랑블은 입주 10년차를 넘어가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지난달 전용 104㎡가 20억3000만원(17층)에 매매됐는데, 지난해 6월 매매가가 20억2000만원(21층)인 점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거의 없는 셈이다. 운중동 태영데시앙 또한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13억원을 넘겼지만, 지난달 매매가도 13억1000만~13억5000만원으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예외는 있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판교동 '판교더샵퍼스트파크'의 경우 전용 84㎡의 분양권 호가가 16억원 이상에 형성됐다. 114~129㎡의 분양권 호가는 20억원을 넘나들고 있다. 분양가 대비 두배가 오른 수준이다.
윤지해 부동산114수석연구원은 "수도권 매매시장은 아직까지 불안한 양상이다"라며 "정부의 200만호 공급계획(2·4 공급대책) 발표 이후 대규모 공급을 기대하며 대기하던 수요층이 LH 투기 의혹이 불거진 이후, 원하는 물량이 제때 공급될지 의문점을 내비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 남부지역은 3기 신도시의 영향권에서도 워낙 벗어나 있었다"며 "수도권에서 여유로운 분위기나 면적에서 새 아파트를 찾다보니 광교나 동탄2신도시로 수요들이 남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5일 기준으로 KB 부동산이 집계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주(90.3)보다 낮아진 82.4를 기록했다. 최근 3주 연속 100아래를 기록하며 ‘매도자 많음’ 시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105.3으로 지난주(111.1) 보다는 낮아졌지만 여전히 10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100 초과면 매도 우위, 100 미만이면 매수 우위를 뜻해 시장이 매도 우위에서 매수 우위로 점차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