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이 국제질서 위협" vs "美, 이렇게 손님 대접하나"

입력 2021-03-19 15:00
수정 2021-04-03 00:02

미국과 중국이 1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첫 고위급 대면 회담에서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1시간 이상 거친 설전을 주고받는 험악한 장면을 연출했다. 첫 만남부터 정면충돌한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2+2’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의 행동이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위협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이번 회담에서 신장위구르와 홍콩·대만 문제, 중국의 사이버 공격, 미국의 동맹에 대한 중국의 경제적 강압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미국 국민과 친구들을 위해 원칙을 옹호하겠다고 가세했다.

이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은 미국이 다른 나라를 압박하기 위해 군사력과 금융 우위를 이용한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양 위원은 신장, 홍콩, 대만에 대해 “분리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미국의 내정간섭을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미국의 인권은 최저 수준이며 미국에서 흑인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세계에서 미국식 민주주의 증진을 그만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위원은 “실제 미국 내에 있는 많은 사람도 미국의 민주주의를 거의 신뢰하고 있지 않다”고 비꼬았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사례로 지난해 경찰관의 강압 체포 과정에서 흑인이 사망한 사건과 이후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 시위를 거론했다. 그는 “미국은 마치 윗사람처럼 중국에 말할 자격이 없고, 이런 방식은 중국에 통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 위원의 발언 시간은 15분을 넘었다.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도 최근 미국 정부의 중국 통신사 제재를 겨냥해 “손님을 환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며 날을 세웠다.

그러자 블링컨 장관은 양측 모두발언이 모두 끝난 줄 알고 회담장 밖으로 나가려는 기자들을 붙잡고 양 위원의 발언에 반박했으며, 양 위원도 미국 측 태도를 비난하며 설전을 이어갔다. 기자들이 회담장 밖으로 나온 뒤에도 미·중은 기자들에게 상대방이 발언 시간을 어겼다고 비판했다. 당초 양측은 각각 2분간 모두발언을 한 뒤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양측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1시간가량 설전을 벌인 뒤 두 차례 회담했다. 19일에도 한 차례 더 회담할 예정이다. AP통신은 모두발언에 비춰볼 때 “비공개 회담은 훨씬 더 험난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중은 이번 회담 전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미국은 이번 회담을 ‘일회성 만남’으로 규정하며 인권, 민주주의, 불공정 무역관행, 기술 탈취 등 전방위에서 중국에 쓴소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외교가에선 미·중이 19일 회담을 마친 뒤 공동성명조차 내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