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카오 비상장 자회사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 정보기술(IT) 서비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14배로 덩치가 커졌다. 꾸준한 투자가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한 덕도 봤다. 카카오페이지 순이익 다섯 배 급증
카카오가 최근에 내놓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인 카카오커머스는 지난해 57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94% 증가했다. 올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합병한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매출은 같은 기간 각각 3430억원과 2708억원이었다. 전년보다 38%와 27% 늘어난 실적이다. 간편결제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매출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2456억원을 올렸다. 일본 자회사인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매출이 1년 전보다 234% 늘어난 2398억원을 기록했다. 모빌리티(운송 수단)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2112억원을 나타냈다. 2019년 12월 본사에서 독립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작년 매출은 679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1315% 늘었다.
일부 자회사는 당기순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카카오커머스의 작년 당기순이익은 1232억원으로 전년보다 114% 늘었다. 카카오페이지의 당기순이익은 같은 기간 60억원에서 322억원으로 다섯 배 이상 증가했다. 카카오재팬은 2019년 101억원의 당기순손실에서 지난해 143억원 흑자로 전환했다. 다만 사업 확장을 위해 매출보다 영업비용이 아직 더 많은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은 작년에 이어 손실을 기록했다. 덩달아 커지는 기업 가치카카오 자회사들은 주력 사업에서 모두 성과가 좋았다. 카카오커머스의 지난해 거래액은 1년 전(48억원)보다 64%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늘어난 게 컸다. 카카오페이지의 실적은 독점 웹툰 지식재산권(IP)이 견인했다. 지난해 연간 관련 거래액은 전년보다 64% 늘었다. 일본 1위 웹툰 유통 서비스인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재팬의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8% 증가한 4146억원을 기록했다. 픽코마는 작년 7월부터 매출 기준 글로벌 1위 디지털 만화 앱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연간 거래액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67조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최근 다양한 업종에서 본격화하고 있는 디지털 전환 수요에 힘입어 덩치가 커지고 있다. 출범 이후 1년 동안 특허청, NH투자증권, 에버랜드, 교보생명, 코맥스 등 16개 기업과 업무 협약을 맺어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다. 지난해 9월 내놓은 기업 업무용 도구인 카카오워크는 출시 3개월 만에 워크스페이스(이용 계정) 개설 10만 개를 돌파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서비스의 누적 가입자는 지난해 2800만 명을 넘어섰다. 프리미엄 호출 택시 수요가 증가해 ‘카카오T 블루’ 차량 수는 지난해 1만6000대로 늘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시간 주차 공간 안내와 자동 정산을 책임지는 ‘카카오T 주차’ 서비스는 지난해 에버랜드 주차장을 시작으로 올해 코엑스 주차장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성장세를 바탕으로 카카오 자회사들의 기업 가치도 커질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지난 1월 산업은행에서 투자금 1000억원을 유치하면서 1조원이 넘는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등도 그동안 외부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몸값이 이미 1조원을 넘겼다. 지난해 상장한 카카오게임즈는 시가총액 3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1조원 유상증자 작업을 마무리한 카카오뱅크의 기업 가치는 9조원을 돌파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