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골프선수 후원 중단

입력 2021-03-18 17:27
수정 2021-03-18 23:58
미래에셋금융그룹이 선수 후원 시장에서 12년 만에 철수한다. 스포츠 마케팅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기업의 중심을 옮긴다는 전략이다.

세계랭킹 2위 김세영(28·사진)은 18일 엘앤피코스메틱과 3년간 후원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화장품 브랜드 메디힐을 생산하는 엘앤피코스메틱 측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 중 최고 수준의 대우로 계약을 맺었다”며 “김세영이 2019년 열린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한 것이 이번 계약으로 이어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세영은 이로써 10년간 동행한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결별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마추어 시절인 2011년부터 김세영을 후원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당분간은 선수 후원 등을 통한 마케팅 활동을 할 계획이 없다”며 “ESG 활동에 중점을 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선수 후원 시장 철수는 골프계에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골프 사랑이 남다르기 때문. 박 회장은 선수를 보는 수준 높은 안목으로 유명하다. 2009년 신지애(33)에게 5년간 75억원의 파격 계약을 안기며 후원 시장에 진출했고, 2011년부터 아마추어였던 김세영을 후원했다. 박 회장의 1등주의는 후원 시장의 판을 흔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회장은 2017년 시드전 수석을 차지했던 이효린(24)을 후원한 걸 제외하면 자신이 투어에서 꼽은 최고의 선수 한 명만 후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의 골프 사랑은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미래에셋그룹은 강원 홍천의 세이지우드CC와 전남 여수의 여수경도CC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에는 휠라코리아와 손잡고 골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풋조이를 가진 아쿠쉬네트 인수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골프계 관계자는 “선수 후원계의 큰손인 박 회장이 철수해 매니지먼트 업체는 물론 선수들도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