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치울게"…'미라' 된 3세 여아 발견한 母가 처음 한 말

입력 2021-03-18 15:58
수정 2021-03-18 16:00

경북 구미 빌라에서 장기간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친모가 경찰에 신고하기 하루 전 시신을 박스에 담아 옮기다가 그만둔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친모 석모씨(48)는 지난달 9일 큰딸 김모씨(22)가 살던 빌라 3층에서 반미라 상태의 여아를 발견한 뒤 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아가 숨진 사실을 알린 뒤 자신이 치우겠다고 말했고, 김씨에게 동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자를 구해 여아를 담아 옮기려던 석씨는 바람 소리에 놀라 돌아온 뒤 여아를 원래 상태로 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석씨는 경찰 조사에서 "시신을 옮기다가 바람 소리에 매우 놀랐다. 무서워서 돌아가 상자에서 꺼내 제자리에 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석씨가 시신을 유기하려고 한 혐의를 인정해 미성년자 약취 및 사체유기 미수 혐의로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경찰은 숨진 여아의 친부를 확인하기 위해 여아가 태어난 3년 전 석씨 통화기록을 확인해 택배기사까지 포함한 남성 10∼20명의 유전자(DNA)를 검사했으나, 아직 친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구지검 김천지청은 석씨를 불러 직접 조사했으나 아이를 낳지 않았다는 주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씨는 전날 검찰에 송치되는 길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만인이 믿고 신뢰하는 국과수인데, 제가 이렇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때는 제발 제 진심을 믿어주면 좋겠다"면서 "진짜로 애를 낳은 적이 없다. (잘못한 것)정말로 없다"고 여러 차례 소리쳤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