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겁다. 스팩이 올해 들어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통해 끌어모은 자금은 이미 지난해 총액을 넘어섰다. 일각에선 '거품' 논란도 불거지며 스팩들의 주가 하락을 겨냥한 공매도 세력도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금융정보회사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올 1분기 스팩이 상장을 통해 유치한 자금은 794억달러(약 89조3000억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아직 1분기가 끝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75일 정도 만에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총액(793억달러)을 이미 돌파한 것이다. 올 1분기 상장한 스팩은 264개로, 역시 지난해 전체 규모(256개)를 넘어섰다.
스팩 투자는 미국 시장에 집중됐다. 올 1분기 상장한 264개 스팩 가운데 257개가 뉴욕 증시에 몰렸다. 스팩 열풍에 여러 유명인사들도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농구스타 샤킬 오닐, 힙합가수 제이지 등이 잇따라 스팩 설립에 나섰다.
스팩은 투자자를 모집해 상장한 뒤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는 효과를 내게 한다. 일반적인 기업공개와 절차가 다른 서류상 회사여서 ‘백지수표 회사’로도 불린다.
스팩 투자가 최근 과열되면서 거품 논란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롭 플러턴 글로벌 대표(차입금융 담당)는 “스팩은 좋은 상품이긴 하지만 그 규모가 너무 커져 소화불량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스팩 주가 하락을 노린 공매도 움직임도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S3파트너스에 따르면 뉴욕 증시에 상장된 스팩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최근 29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불었다. 올해 초(8억달러)에 비해 3.7배 증가한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