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여아' 친부찾기 총력전…택배기사 포함 100여명 DNA 검사[종합]

입력 2021-03-18 10:25
수정 2021-03-18 10:28

경북 구미 한 빈집에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 사건과 관련 경찰이 친부를 찾기 위해 친모로 밝혀진 석모(48)씨의 주변 남성 100여명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검사하고 있다.

18일 경북 구미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석씨와 3년 전 연락을 주고받은 남성들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석씨와 택배 관련 연락을 주고받은 택배기사까지 DNA 검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기준 약 20명의 DNA 검사 결과가 나왔지만, 친부는 찾지 못했다. 앞서 석씨의 현 남편과 내연남 등으로 알려진 남성 2명도 숨진 여아의 친부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외할머니로 알려졌던 석씨는 DNA 검사 결과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졌다. 하지만 석씨는 끝까지 출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석씨는 전날 검찰에 송치되면서 취재진에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인이 믿고 신뢰하는 국과수인데, 제가 이렇게 아니라고 이야기할 때는 제발 제 진심을 믿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석씨는 "진짜로 애를 낳은 적이 없다"는 말을 반복하며 "(잘못한 것이)정말로 없다"고 소리를 치기도 했다. 석씨는 이날 한 기자의 손을 붙잡은 채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경찰은 석씨가 출산 사실을 끝까지 부인함에 따라 추가 DNA 조사를 실시했지만 역시 같은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석씨에 대해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석씨는 경찰 신고 하루 전인 지난달 10일 여아 시신을 발견했다.

석씨는 건물주 요청에 따라 딸이 살던 빌라 3층에 올라갔다가 최근 친딸로 밝혀진 3세 여아가 반미라 상태로 숨진 것을 발견하고도 곧바로 신고하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남편인 A씨에게만 이 사실을 말했고, 결국 A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구미경찰서 수사 관계자는 "석씨가 시신을 유기하려 한 정황이 있었지만, 미수에 그쳐 사체유기 미수 혐의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석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딸 김모씨(22)가 낳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피해 아동과 석씨의 친자관계 확률이 99.9999% 이상이라고 밝혔다.

국과수는 "유전자 검사 정확도는 케이스마다 조금씩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이번 경우에는 친자관계 확률이 99.9999% 이상이다"라고 했다.

앞서 국과수는 숨진 여아, 김씨, 이혼한 전 남편 등의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국과수는 결과가 너무 황당해서 여러 번 반복 검사를 하고 경찰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한다. 이에 경찰은 김씨의 친정어머니인 석씨에게까지 유전자 검사를 확대한 결과 석씨가 3세 여아의 친모인 것으로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정상적 가족 관계가 아니었고, 가족 간에 주고받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 여러 사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많았다"며 "유전자 검사로 결과를 남겨 놓자는 취지에서 (석씨를) 검사했는데 외할머니가 친모로 나타났다"고 했다.

석씨는 경북경찰청 과학수사과에서 받은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주요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석씨는 '아기를 낳은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도 거짓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석씨는 조사 과정에서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거짓말탐지기로 판단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3명도 투입해 석씨의 범행 내용을 파악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석씨는 '신생아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고, 자신은 출산한 적이 없다며 끝까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석씨 남편도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두 사람이 같은 집에서 살았지만 돈독하지 않은 사이라서 이런 상황이 연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여아를 빈집에 놔두고 이사해 숨지게 한 혐의로 김씨를, 큰딸인 김씨의 여아를 약취한 혐의로 석모씨를 각각 구속한 상태다. 석씨가 사라진 아이 행방에 대해 끝까지 함구할 경우 미성년자 약취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