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사진)이 17일 취임 2개월 만에 역대 네 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박 장관은 이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과 관련, 대검찰청 부장회의를 열고 관련자들의 혐의와 기소 여부를 재심의하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은 지난해 4월 한 재소자가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수사팀이 금품 공여자인 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구치소 동료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를 지시하면서 대검이 사건 조사를 맡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과 법무부가 지난 2월 인사에서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자 대검이 반발한 것을 비판했다.
특히 임 연구관이 지난달 26일 대검에 사건을 기소하고 수사팀에 대한 감찰과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보고하자, 윤 전 총장이 허정수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해 무혐의 종결 처리하도록 한 것을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의 이번 수사지휘권 행사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맞으며 약화한 검찰 개혁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석 달도 안 된 상황에서 특검이 추진되면서 검찰개혁 의미가 퇴색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가 하면 박 장관이 관련 혐의자를 기소하라고 지휘하지 않고 대검 부장회의를 열여 혐의 여부와 기소를 재심의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법조계에서는 박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경우 직접 기소를 지시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이 기소 지휘에서 한발 물러선 것은 검찰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 전 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수사·기소 분리를 높고 검찰과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절충안이라는 해석이다.
한편, 박 장관이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 재심의를 맡긴 것은 사실상 기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갖는다. 신성식 반부패강력부장·이정현 공공수사부장·이종근 형사부장·한동수 감찰부장 등 대검 부장회의 구성원 다수가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유에서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