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가 합심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기로 했다. 신사업인 후불결제 사업과 중금리 대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계열사들의 데이터를 모아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뛰어든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는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가 두 번째다. 앞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모회사인 네이버로부터 스마트스토어 입점 업체의 데이터를 가져와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했다. 중금리 대출 시장과 신용결제 시장에서 네이버·카카오와 은행·카드사의 경쟁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후불결제에 신용평가모형 우선 적용
카카오페이는 개발 중인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후불결제 사업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대안 신용평가모형 개발에는 카카오뱅크 이용자의 연체 이력 등 신용정보를 반영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 주요 계열사와 데이터 협력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불결제 사업은 수익성이 높아 빅테크들이 탐내는 사업이다. 카카오페이나 네이버페이로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충전금이 부족하면 일정 한도 내에서 ‘선(先) 구매, 후(後) 결제(BNPL)’ 방식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아도 간편결제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신용결제인 셈이다. 예컨대 카카오페이에서 신한카드로 결제하면 전체 가맹점 수수료(결제액의 3.5~4.0%)에서 3%포인트만큼을 신한카드가 가져간다. 하지만 후불결제 기능을 갖추면 가맹점 수수료를 카카오페이가 온전히 가져갈 수 있다. 후불결제 한도는 현재 30만원이다.
다음달 카카오페이보다 먼저 후불결제 사업에 진출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네이버파이낸셜의 후불결제 사업을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하면서 4년간 후불결제 사업을 할 수 있게 문을 열었다. 카카오페이도 조만간 후불결제 사업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중금리 대출에 카카오페이 데이터 활용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가 확보한 간편결제·고객 행동 데이터를 끌어오기로 했다. 금융 이력이 부족한 중신용자의 대출금리와 한도를 정할 수 있는 신용평가모형 개발을 서두르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의 신용평가모형은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인 중금리 상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목표(1조원)보다 많은 1조3820억원의 중금리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아직 정책상품인 사잇돌대출과 일반 중금리 상품 외에 다른 상품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말 금융 이력이 부족한 중신용자 대상 대출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파고들었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청을 받고 신용평가를 하면 미래에셋캐피탈이 심사하고 돈을 빌려주는 방식이다. 연 3.2~9.9% 금리에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는 자영업자 대상 중금리 대출이다.
카카오뱅크도 카카오페이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사용자 행동 데이터 등의 비금융 정보를 가져다 중금리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겠다는 목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