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 소비자 보호와 고객중심 경영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세워 모든 사업을 고객 중심으로 새로 정의해 나가겠다”고 17일 말했다.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신한금융지주 본사에서 열린 '소비자보호 강화 및 고객중심 경영 선포식'에서 이런 계획을 밝혔다.
행사에는 조 회장을 비롯해 신한금융그룹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금융소비자의 기본 권리 실현과 권익 향상을 위해 지주와 계열사 차원에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그룹 경영관리부문(CMO)을 신설하고, 그룹 공통의 소비자 피해 관련 모니터링 플랫폼을 구축했다. 내부통제 역량과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지주 준법감시인과 감사본부장의 직위를 부사장으로 격상하고 관련 부서의 인력을 늘리기도 했다.
매달 전체 그룹사 CEO들이 참석하는 그룹경영회의에 ‘선견(先見)’ 세션을 별도로 만들기도 했다. 이 세션에선 금융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정책 등을 주로 논의한다. 일명 '예방적 감사' 기능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펴나간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했다. 최고소비자책임(CCO)를 임명해 상품판매 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재편했다. 은행 자체로 벌이는 미스터리 쇼핑(암행 감찰제도)를 한층 더 강화하기도 했다. 감찰관이 미스터리쇼핑을 벌여 금융상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영업점에선 투자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조치도 펼 수 있도록 했다.
신한카드는 ‘고객의 소리(VOC)’를 디지털 기반으로 분석하는 통합관리체계를 만들고 있다. 연간 5만여건씩 접수되는 VOC를 음성문자변환과 텍스트 분석 기술 등을 활용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고객 응대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말 금융소비자보호본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 정비를 했고, 통합을 앞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지난 3일 공동으로 ‘보험 완전판매 공동 선포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와 계열사들이 앞다퉈 소비자보호와 내부통제 강화에 힘쏟는 건 라임펀드 사태와 같은 대형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한번 고객 신뢰를 잃으면 소비자 선택을 받고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만큼 ‘선제적 예방 조치’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가 소비자보호에 관련된 중요 의사 결정을 챙기고, 각 계열사가 벌이는 다양한 소비자 보호방법을 서로 공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소비자 보호 수준을 한층 더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