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부검의 "내가 본 아동학대 시신 중 손상 제일 심해"

입력 2021-03-17 15:16
수정 2021-03-17 15:18

입양 후 학대로 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부모에 대한 4차 공판이 1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이날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 재판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소속 부검의 A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A씨는 "2002년부터 국과수에서 일했고 지금까지 3800건 정도 부검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지금까지 제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제일 심한 상처를 보였다. 다른 부검의 3명도 같이 봤는데 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사체들보다 손상이 심했다는 말이냐'는 물음에는 "학대인지 아닌지 부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며 학대로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정인양의 얼굴 상처에 대해서는 "일반적 사고로 상처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맞았을 때 자주 목격되는 손상"이라며 "머리 뒤에만 수십개 이상의 멍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갈비뼈 골절은 사고로 안 생기므로 갈비뼈 골절이 있으면 학대에 의한 손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며 "직접 때려서 생길 수도 있고, 아이의 몸통을 세게 잡고 흔들어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판에는 부검의에 이어 법의학 전문가인 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도 증언대에 설 예정이다.

검찰은 증인들을 대상으로 정인양의 사인과 부검상 특징을 확인한 뒤 평소 정인양에게 지속적인 학대가 가해졌고, 장씨에게 살해의 고의가 있었다는 주장을 펼 것으로 보인다.

정인양은 지난해 1월 장씨 부부에게 입양돼 같은해 10월 서울 양천구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정인양은 사망 당일 췌장이 절단되는 심각한 복부손상을 입은 상태였다.

검찰은 장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가 살인 혐의를 추가했다. 사망에 이른 외력의 형태와 정도뿐 아니라 장씨의 통합심리분석 결과, 학대의 전체적인 경위,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다음달 7일에는 정인양의 사인을 재감정한 이정빈 가천의대 교수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 증인 추가 등 특이사항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같은 달 14일에 재판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4월14일에는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을 진행한 뒤 검찰은 최종의견과 함께 구형량을 밝히고 변호인은 최종변론을, 장씨와 안씨는 최후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1심 결론은 5월 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양모 측은 피해자에 대한 정서적 학대 혐의와 양육을 소홀히 했다는 등의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주의적 공소사실인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양모 측은 "적어도 피해자 복부를 밟은 적은 없다. 미필적 고의로도 피해자를 죽이려고 했던 적은 없다"면서 "피해자 배를 한 대 세게 때린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로 강한 외력은 없었다. 여전히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학대 사실을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양부 안씨도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다만 양부 측은 "정서적 학대를 함에 있어서 처음부터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 피해자와 친밀하게 지내려다 다소 과한 점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학대였다. 미필적 고의에 가까웠다"며 "피고인 장씨(부인)가 자신의 방식대로 양육할 것이라고 너무 믿었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