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 겸 북미항공우주 방위사령관이 미 본토를 향한 북한의 핵능력 입증 시도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더이상 모라토리엄(핵실험 잠정 중단)에 구속되지 않는며 이른 시일 내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며 모라토리엄을 ‘비핵화 의지’로 표현해온 한국 정부와 큰 시각차를 보였다. 북핵 위협을 강조하는 발언이 잇달아 나오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 대북 정책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밴허크 사령관은 16일(현지시간) 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김정은 정권은 핵을 장착한 ICBM으로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능력 입증에 걱정스러운 성공을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북한은 이러한 무기들이 미국의 군사 작전을 억제하고 체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밴허크 사령관은 미국 본토 서부 지역 방어를 전담하는 북부사령부의 수장이다.
밴허크 사령관은 북한을 ‘불량 국가’라 부르며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 국가들도 우리의 군사적 우위를 무효화하고 사이버 무기로 네트워크를 위협하는 능력을 추구하고 있다”며 “미국은 해외의 불량 정권과 폭력적 극단주의자들과 싸우기 위한 힘을 계획하는 데 지난 30년을 보냈지만, 글로벌 경쟁자들은 미국의 경고와 방어 체계를 회피하고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능력을 추구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을 중대한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2017년 시험했던 체계보다 상당히 크고 더 유능할 것으로 짐작되는 기술을 지난해 10월 공개해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은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2017년 북한이 전략무기의 파괴적 잠재력을 증가시킨 열핵 장치와 미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ICBM 3기를 성공적으로 시험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모라토리엄에 더이상 구속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며 한국 정부와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밴허크 사령관은 “북한 정권은 또 2018년 발표한 일방적인 핵 및 ICBM 실험 모라토리엄에 더는 구속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쳤다”며 “가까운 장래에 개선된 ICBM의 비행 시험을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실제로 모라토리엄(핵실험 잠정 중단)을 유지하고 있는데, 실험하지 않고서는 핵·미사일 능력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세계 모든 지도자들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에서 계속해서 거론되는 미사일 방어 체계 강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밴허크 사령관은 “튼튼하고 현대적인 탄도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필요성이 지난 1년 동안 강화됐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