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41조 규모"…중견기업 새 '먹거리' 된 전자담배

입력 2021-03-17 15:53
수정 2021-03-17 16:28
코스닥시장 상장사 이엠텍은 4월을 앞두고 베트남 빈 지역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준공한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자담배 기기 수요가 올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해외 담배 시장 개척에 공들이고 있는 케이티앤지의 전자담배 기기 공급 업체다. 이엠텍 관계자는 "빈 공장이 완공돼 전자담배 생산능력(캐파)이 기존 두 배로 늘어났다"며 "국내보다 규모 및 성장성이 훨씬 큰 해외 전자담배 시장이 올해 본격 열리기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케이티앤지가 해외 수출길을 열어 젖히면서 전자담배가 중견기업들의 성장 동력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기업 성장 과실이 중견기업 등으로 확산되는 낙수효과라는 분석이다. 케이티앤지는 올해 수출 국가를 최소 10개국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엠텍은 케이티앤지에 궐련과 액상을 결합한 전자담배 기계 '릴 하이브리드'와 '릴 솔리드 1.0'을 공급하고 있다. 케이티앤지가 지난해 7월 수출길을 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이 회사 제품이 나가고 있다. 같은 해 10월 수출이 시작된 일본은 4개월여 만에 유통망(편의점)이 3300개에서 5만 개 이상으로 불었다. 올해는 케이티앤지 수출 국가가 두 자릿수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릴 하이브리드와 릴 솔리드 수요가 껑충 뛸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전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지난해 약 26조원에서 2023년 약 41조원으로 57%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덕분에 이엠텍 실적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선에서 올해 60%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이엠텍의 올해 실적 예상치로 매출 4420억원, 영업이익 490억원을 내놨다. 작년 매출은 2829억원, 영업이익은 20억원이다. 올해가 이엠텍이 부품(스피커) 회사에서 제품(전자담배) 회사로 변신하는 원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2001년 창립 이래 회사 성장은 본업인 스마트폰 스피커 부품이 주도해왔다.

이엠텍과 사명이 비슷한 이랜텍도 커지는 전자담배 시장 수혜 업체로 손꼽힌다. 주력 사업이 이차전지 및 에너지저장시스템(ESS) 배터리팩인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전국에 풀리기 시작한 '릴 솔리드 2.0'을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단독 생산하고 있다. 올해 이 제품 수출을 통한 신규 매출만 1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케이티앤지를 통한 수출은 이르면 4월 시작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실적 예상치로 매출 7565억원, 영업이익 399억원을 내놓았다. 전년 대비 매출은 약 20%, 영업이익은 183% 늘어난 규모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