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제너시스BBQ와 손잡고 일반인 도보 배달 프로그램인 우리동네딜리버리(이하 우딜)의 범위를 ‘치킨 배달’로 확대하기로 했다. 퇴근길에 혹은 저녁 먹고 운동 삼아 근처 BBQ 매장에 들러 ‘알바비’를 벌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BBQ는 오토바이 배송을 줄임으로써 ESG(환경·사회적가치·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라고 홍보할 수 있는 셈이니, ‘일석이조’다.
우딜은 GS25가 작년에 도입했다. 이용자가 요기요, 카톡주문하기 모바일앱으로 GS25 배달 상품을 주문하면 중계 업체인 푸드테크를 통해 우딜 앱에 주문 콜이 전달되는 방식이다. 우딜 앱을 깐 ‘우친’은 주문 콜을 잡아 도보 배달을 완료 하면 된다. 배달 가능 반경은 도보 배달을 고려해 주문 상품을 픽업하는 해당 GS25로부터 최장 1.5km 내 지역으로 한정된다.
우딜에서 '배달 알바'를 뛰는 이들은 벌써 6만명을 넘겼다. GS리테일은 애초 이 서비스를 시행할 때만해도 2021년 목표치를 5만명으로 잡았었다. 이미 목표를 넘은 터라 올해 10만명 모집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필자는 얼마 전 대형 사모펀드(PEF)의 경영진을 만났다가 '도보 배달'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 지를 깨달았다. 50대 초반의 PEF 임원은 우딜앱을 깔았다고 '고백'했다. 연봉이 수억원인 그가 왜? 그 임원은 두 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유통의 미래를 몸소 체험해보고자 하는 것이 첫번째고, 막상 해보니 운동도 되고, 쏠쏠하게 용돈도 들어오니 하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도보 배달로 일반인들이 보통 얼마를 버는 지가 궁금했다. 우딜의 경우 이용자 상위 100명을 분석한 결과, 1명이 한달 평균 93건을 수행해서 약 31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도보 배달을 좀 더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최대 100만원까지도 버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보 배달 전문업체인 엠지플레잉에 따르면 배달원의 연령대는 20대가 35.5%로 가장 많고, 30대(25.2%), 40대(25.2%)가 비슷하다. 40대 이하가 전체의 85.9%를 차지하고 있다. 엠지플레잉에 가입된 도보배달원의 평균 수입은 60만~80만원 수준이다. 편의점 CU는 엠지플레잉과 제휴를 맺고 있는데 전체 주문량의 30~50%(계절별 차이 감안) 가량이 도보배달로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 배달은 쿠팡, 배달의민족, 마켓컬리, 메쉬코리아 등 배송 속도에 사활을 건 업체들을 중심으로 계속 확대 중이다. 배민의 경우 '배민커넥트'라고 불리는 일반인 배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배민 관계자는 “등록 기준으로는 약 5만명 가량 가입돼 있다”며 “실제 활성화된 배민커넥터는 약 1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배민을 통해 음식점 배달을 하는 일반인은 도보, 자전거, 전동킥보드, 오토바이, 자동차 등 본인이 편한 수단으로 배송을 하면 된다.
'부릉'이라는 브랜드를 운영 중인 종합물류솔루션 기업인 메쉬코리아도 일반인 배송을 확대 중이다. 메쉬코리아는 지난 10일 일반인을 위한 배송 플랫폼인 '부릉프렌즈'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도보, 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으로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배송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메쉬코리아 관계자는 "출발지에서 도착지까지의 실제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주문을 배정하도록 했다"며 "실제로 배송 가능한 거리의 주문이 배정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릉프렌즈와 베민커넥트의 장점은 배송 시 사고가 나더라도 산재보험 등을 회사가 처리해준다는 점이다.
쿠팡은 사고 시 보험을 일반인에게 떠 넘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가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구글플레이에서 앱을 다운로드한 횟수를 기준으로 쿠팡 이츠 일반인 배달은 100만건 이상, 새벽배송을 일반인들이 하는 쿠팡 플렉스는 10만건 이상이다. 다만, 이들이 실제 사용자라고 보긴 어렵다. 쿠팡 플렉스의 경우 대략 하루에 1만명 가량이 활동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 이츠는 하루 수천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와 관련해 어떤 정보도 공식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쿠팡 등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업체들이 일반인 배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비용이 저렴하다. 화주들 입장에선 단가가 낮은 일반인 배송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해 있는 소상공인들만 해도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택배비에서 그나마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택배 단가 인상이 불가피해 결국 물류 비용을 낮춰야만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다. BBQ가 GS리테일과 손을 잡은 것도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문제다. 마켓컬리도 작년 10월 일반인 배송을 시작했다.
점점 커지고 있는 노조 이슈에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일반인 배달을 확대하는 배경이다. 쿠팡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했지만, 노무 문제는 앞으로도 쿠팡의 발목을 잡을 수 밖에 없는 사안이다. 약 5만명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쿠팡은 민주노총, 유니언라이더 등 노동단체들의 핵심 공세 대상이다. 쿠팡의 근로자들을 조직화할 경우 단일 사업장으로는 최대 규모여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