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16일(16:08)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의 정치·경제적 상황이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고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은 1970년대와 비슷하게 흐르고 있어 대비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5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인플레이션의 복귀와 장기금리 상승 가능성' 세미나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경기 회복 기대로 원자재 가격과 채권 금리가 오르는 최근 미 행정부와 중앙은행(Fed)의 대응이 스테그플레이션을 초래한 197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는 얘기다. 1970년대 리처드 닉슨 행정부는 실업률 하락과 경기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용인했지만, 결국 1·2차 오일쇼크와 맞물리면서 스테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1970년대 경제는 선진국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사례로 평가된다.
올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조짐이 보이면서 장기채권 금리가 급등하는 등 인플레에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년간 Fed의 양적완화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더 많은 유동성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송기종 나이스신평 금융평가3실장은 "1970년대 미국은 베트남 전쟁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경기를 부양한 결과 경기 침체 속 연 10%대 물가상승을 경험했다"며 "지금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 행정부와 Fed는 인플레이션 억제보다는 실업 문제 해결과 양극화 해소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 경기 부양책의 규모는 이전까진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라면서 "중앙은행이 홀로 경기부양에 나섰던 지금까지와는 상황 다르다"고 진단했다.
송 실장은 "현재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연 1.6% 수준으로 절대적 금리론 높지 않다"면서도 "2분기 물가상승률이 예상을 뛰어넘는다면 시장금리가 급등하는 등 시장이 급속히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위험을 거의 감안하지 않는 점도 불안요소다. 송 실장은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경제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에 30여년전 얘기로 경기 회복을 막아선 안된다고 주장한다"며 "일본의 경우에도 시장 글로벌화로 장기간 제로금리를 유지했음에도 물가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상관관계를 나타낸 필립스 곡선도 최근 통계치를 적용하면 평탄한 곡선(상관관계 적어졌다는 의미)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의 위험성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나이스신평은 지적했다. 송 실장은 "1970년대 Fed는 인플레에션 통제에 실패해 시장의 신뢰를 잃으면서 큰 후유증을 남겼다"며 "사람들이 인플레이션을 예상하고 미리 임금이나 제품가격을 올리는 식으로 반응하면서 상황이 계속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76년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브레튼우즈체제를 버리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지만 스테그플레이션을 피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 폴 볼커 Fed 의장이 상당기간 불황을 감수하고 통화긴축을 지속한 뒤인 1980년대 후반에서야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경제 성장을 정상화 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