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를 필두로 한 국내 제조사들이 지난해 유럽 특허청(EPO)에 출원한 특허 건수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EPO 특허 지수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해 EPO에 전년 대비 약 14.6% 늘어난 3276개의 특허를 출원했다. 삼성은 2019년 글로벌 업체 중 1위를 차지한 중국 제조업체 화웨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3113건을 출원한 화웨이, 3위는 2909건을 출원한 LG였다. 국내 업체 중에선 포스코(119개), 현대자동차(112개), SK(93) 등이 삼성과 LG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제조사들이 EPO에 출원한 특허 수는 역대 최고 기록인 총 9106개로 집계됐다. EPO 관계자는 "한국의 성장세는 지난 2년보단 다소 꺾인 모습이지만, 이 역시도 EPO 특허 출원 국가별 순위 10위권 내 국가 중에선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라고 말했다.
국내 제조사들이 지난해 EPO에 특허를 가장 많이 출원한 분야는 '전자 기기 및 가구, 에너지(22.7%)' '디지털 커뮤니케이션(12%)' '컴퓨터 기술(11%)' 등이었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처럼 '가장 중요한 10개의 기술 분야' 중 세 분야에서 다른 해외 국가들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EPO 측은 설명했다.
국내와 달리 지난해 주요 국가 대부분은 EPO에 출원한 특허 수가 줄었다. 미국 기업들은 전년 대비 갯수가 약 4.1%, 유럽은 1.3%, 일본은 1.1% 감소한 특허를 출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EPO에 출원된 특허의 총 수는 전년 대비 0.7% 감소한 18만250건으로 집계됐다.
한편 전 세계를 기준으로 지난해 제약(10.2%↑) 생명 공학(6.3%↑) 등의 분야에서 특허 출원 수가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 출원 수가 가장 많았던 분야는 의료 기술(2.6%↑)이었고, 하락 폭이 가장 컸던 분야는 수송 분야(5.5%↓) 등으로 나타났다.
안토니오 캄피노스 EPO 회장은 "2020년 EPO 특허 지수는 대한민국 기업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혁신을 만들어 왔으며, 2020년 EPO 특허 출원 수의 주요한 성장 동력이었음을 보여줬다"며 "견고한 지적 재산권 시스템의 지원 하에 연구, 과학, 혁신이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고 팬데믹으로부터 경제를 회복하는데에 기여할 거라는 개인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보는 게 기쁘다"고 말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