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이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격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16일 AP 통신에 따르면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지명에 대해 "내게 다른 세계 이야기였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애플TV 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위해 캐나다에서 체류했던 윤여정은 오스카 후보 발표 당일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도착 한 시간 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지명 된 것을 접했다.
윤여정은 "저보다 젊은 매니저가 인터넷을 보다가 '와, 후보에 지명됐어요'라며 알려줬다"면서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매니저는 감정적으로 됐고 나도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냥 매니저를 껴안고 거실에 있었다"고 털어놨다.
윤여정은 현재 자가격리 중이다. 그는 "모든 사람이 (축하를 위해) 이곳에 오고 싶어하겠지만 방법이 없다"면서 "매니저와 함께 축하하려는데 문제는 매니저가 술을 마실 수 없다. 그래서 나 혼자 술을 마실 것"이라고 재치있게 말했다.
윤여정은 영화 데뷔 50년 만에 74세의 나이로 한국 영화 102년 역사을 새로 썼다.
제93회 아카데미에서 윤여정은 마리아 바카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등 배우들과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두고 각축전을 벌인다.
1947년 생인 윤여정은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했다. 그는 1971년 MBC '장희빈'에서 악녀 장희빈 역을 맡아 대박을 냈다. 그해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로 스크린 데뷔, 본격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윤여정은 김 감독의 '충녀'에도 출연하며 '김기영의 페르소나'로 불리기도 했다.
전성기였던 1974년 가수 조영남과 결혼해 배우 생활을 쉬고 미국에서 생활했다. 이후 예능 프로그램이나 외신 인터뷰에서 그가 거리낌 없이 영어로 인터뷰 할 수 있는 경험이 됐다.
윤여정은 결혼 13년 만에 조영남과 이혼한 뒤 슬하의 두 아들을 양육하기 위해 연예계에 복귀했다. 그는 90년대 드라마 '사랑과 야망',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2000년대 '굳세어라 금순아', '넝쿨째 굴러온 당신', '디어 마이 프렌즈' 등 작품에서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열연했다.
영화 '바람난 가족'부터 '가루지기', '하녀', '여배우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계춘할망', '죽여주는 여자', '그것만이 내 세상',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등의 작품에서 왕성히 활동했다.
뿐만 아니라 예능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에 출연해 쿨한 입담, 탁월한 패션센스를 뽐내며 시청자들에게 존경받는 배우이자 어른으로 각인됐다.
윤여정은 '미나리'로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한 외신기자가 "한국의 메릴스트립"이라고 언급하자 윤여정은 "비교되는 것에 감사하게 생각하면서도 저는 한국 사람"이라며 "내 이름은 윤여정, 나는 그저 나 자신이고 싶다"고 당차게 말해 화제가 됐다.
한편 영화 '미나리'는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 여우조연, 남우주연, 각본,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는 1980년대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 호평을 받았다.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음 달 25일(현지시간) 열린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