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기업 주주 500만 시대

입력 2021-03-16 17:42
수정 2021-03-24 18:23
삼성전자 주주가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 10명 가운데 1명은 유가증권시장 상위 5개 기업(투자자 수 기준)의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몰아친 주식 투자 열풍으로 ‘전 국민 주식투자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1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2월 결산 2352개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중복 소유자 제외)는 약 919만 명(작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전년 말 대비 48.5% 증가했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약 991억 주로 1인당 평균 1만779주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소유한 주주가 가장 많은 회사는 삼성전자(약 296만 명)로 1년 전(61만 명)과 비교하면 약 5배로 늘었다. 다음으로 현대자동차(69만 명) 한국전력(58만 명) 카카오(56만 명) SK하이닉스(43만 명) 순이었다. 이들 상위 5개 기업의 주주는 약 522만 명이다.

주식 투자 대중화로 개인투자자는 국내 상장 주식의 절반을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말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코넥스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상장 주식은 497억 주로, 전체 주식의 50.2%를 차지했다. 이어 법인(364억 주) 외국인(125억 주) 등의 순이었다. 2016년에도 개인 보유 비중이 50%를 넘었던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1년 만에 절반 이하로 내려왔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전 국민 주식 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만큼 증가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개인은 올해도 유가증권시장에서만 66만 주를 순매수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사장은 “과거엔 주식 투자를 도박처럼 여기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본주의 사회의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라는 사고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며 “‘반짝 열풍’으로 그치지 않게 금융 교육, 세제 혜택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금배당 확 늘리고 소액주주 의견 미리 접수
동학개미 '숫자의 힘'…주총 풍경도 바꿨다코스닥시장에서는 바이오주 투자자가 다수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가 29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고, 신라젠(17만 명), 에이치엘비(14만 명), 셀트리온제약(13만 명)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2위는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해 큰 관심을 모았던 카카오게임즈(27만 명)가 차지했다.

주식 투자자의 주력 집단은 ‘서울에 사는 40~50대 남성’으로 분석됐다. 50대와 40대의 보유 주식은 각각 164억 주, 126억 주였다. 전체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1%, 25.3%씩이었다. 남성의 보유 주식 비중은 73.3%였고, 지역별로 보면 서울 거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57.2%로 절반을 넘었다.

투자자를 거주지·성별·연령대로 더 세분화하면 ‘경기 수원시에 사는 40대 남자’가 3만44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강남구 거주 40대 남자’(3만4100명), ‘경기 용인시 거주 40대 남자’(3만3100명) 순이었다. 보유 주식이 가장 많은 집단은 ‘서울 강남구에 사는 50대 남자’로 총 11억40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같은 지역의 40대 남자가 8억3000만 주로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장사의 주주 친화 방침도 강화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온라인 주주총회를 도입했다. 코로나19 폭락장에 ‘동학개미’들이 대거 유입되고 삼성전자가 ‘국민주’로 떠오르면서 소액주주들의 관심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주주라면 누구나 질문을 올릴 수 있도록 사전 질문 등록 게시판도 열었다.

개인투자자의 입김이 세지면서 주주 환원 방침도 강화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LG화학은 개인투자자들을 달래기 위해 향후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 현금배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상법이 개정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감사위원을 1명 이상 분리 선임하고, 이때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만큼 주총에서 개인투자자의 표심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표대결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의 박찬구 회장과 조카 박철완 상무는 개인투자자를 의식해 경쟁적으로 ‘배당 확대’를 내세우고 있다.

분식회계로 금융당국에서 과징금 철퇴를 맞은 씨젠은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30% 이상 하락했다. 씨젠 주주들은 대표 사퇴 및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하며 본사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씨젠은 분기 배당 도입, 주식 발행한도 확대(5000만 주→3억 주), 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등의 안건을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의한다고 공시했다.

양병훈/고재연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