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구입비 급증하자 원전 가동 늘린 정부, 자가당착 아닌가

입력 2021-03-16 17:45
수정 2021-03-17 00:11
온갖 부작용과 우려에도 불구,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여온 정부가 한국전력의 적자가 계속 커지자 뒤로는 원전 가동을 슬그머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이 사들이는 전력에서 원전 비중은 2016년 30.8%에서 탈원전을 내건 현 정부 출범 후인 2017년 27.2%, 2018년 23.7%로 계속 낮아졌다. 하지만 전력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을 늘리면서 전력구입비가 급증하자 원전 비중은 2019년 26.2%, 2020년 29.5%로 다시 높아졌다.

2016년 41조원이었던 전력구입비는 2017년 44조5000억원, 2018년 49조9000억원으로 2년 새 8조원 넘게 급증했다. 이 여파로 한전은 2018년 6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2019년에는 적자 폭이 1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다 2019년부터 전력거래량에서 원전 비중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3년 만에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국제유가 하락 영향도 있지만 단가가 싼 원전 이용률이 높아진 게 결정적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의 전력단가는 ㎾당 60원 전후로, 신재생에너지(160~170원)는 물론 LNG(100원 안팎)보다 훨씬 낮다. 한전의 전력구입비는 원전 비중이 늘자 2019년 48조원, 2020년 43조원으로 다시 줄어드는 추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더라도 2030년 전력구입비가 2017년 대비 10.9% 증가에 그친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2018년 한해에만 13% 늘었다.

물론 전력거래량에서 원전 비중이 높아진 것은 석탄 발전이 축소된 데다 코로나 여파로 발전량 자체가 줄어 기저부하를 담당하는 원전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탈원전은 대선 공약’이라며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에도 부정적인 정부가 실제로는 원전 이용을 늘렸다는 것은 탈원전 정책의 한계를 스스로 인식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제 원전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국제사회에는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원전은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은 물론 일본까지도 원전을 늘릴 움직임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원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탈원전을 한다며 원전 수출은 계속하고, 북한에 짓는 방안까지 검토한 데다, 실제로 원전 가동까지 늘렸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