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국기 문양'이 비키니에"…아마존에 뿔난 스리랑카

입력 2021-03-15 18:17
수정 2021-03-15 18:19

스리랑카 정부가 글로벌 유통업체 아마존에 자국 국기의 상징인 사자 문양이 들어간 중국산 비키니 등과 관련해 판매 중단을 요청했다.

15일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당국은 전날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가 상징인 칼을 든 사자 문양이 들거나 비키니, 현관 깔개, 노출이 많은 제품 등에 대해 판매 중단을 공식 요청했다.

스리랑카 국기엔 인구의 다수이자 불교를 믿는 싱할라족이 사자의 자손임을 상징하는 사자 문양이 들어가 있다. 현재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키니와 현관 깔개 등에는 이 사자 문양과 함께 초록·주황 세로줄 등 스리랑카 국기의 주요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특히 이 제품들은 중국 업체가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리랑카 네티즌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중국 채무에 시달리는 자국 현실과 연관 지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과 그의 형 마힌다 라자팍사 총리는 현 집권에 앞서 2005∼2015년 10년간 독재에 가까운 권위주의 통치를 주도하며 중국과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스리랑카는 이같은 대형 프로젝트 추진 후유증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는 등 빚에 허덕이는 상태다.

한 네티즌은 "채무 상환에 실패할 경우 그들은 화장지에 우리의 국기를 새길 것"이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은 "이것은 우리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그들(중국)이 우리를 어떻게 대할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주중스리랑카대사관은 성명을 통해 스리랑카 국기를 오용하는 이들 제품의 판매를 즉시 중단하라고 관련 업체에 요구했고, 주미스리랑카대사관도 미국 정부에 아마존에 대해 "지적 재산권 침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다만 이같은 항의에도 제품 판매가 계속되자 스리랑카 정부가 직접 나서 아마존에도 중단 요청을 한 것이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