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가 15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기아의 신규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s United)’가 적용된 첫 모델이다. 오퍼짓 유나이티드란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인 융합’이라는 의미다.
기아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앞세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톱 티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국내외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전기차 ‘아이오닉5’와 함께 쌍끌이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신 전자기기 같은 ‘하이테크’ 디자인기아 EV6는 전체적으로 미래지향적 이미지가 두드러진다. 기아 디자인의 상징인 ‘타이거 노즈(호랑이 코)’를 재해석한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 그릴을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얇고 길게 디자인해 세련된 인상을 강조했다. 그릴과 이어지는 주간주행등은 전자 픽셀에서 영감을 얻은 ‘무빙 라이트 패턴’을 활용했다. 차량 뒤쪽의 LED(발광다이오드) 클러스터 램프에도 빛을 매개로 한 EV6만의 독특한 패턴을 넣어 미래 지향적 디자인을 완성했다.
전기차 특유의 공간성도 돋보인다. 기아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EV6의 실내 바닥을 평평하게 디자인했다. 그릴 밑 범퍼 하단에는 공기 흡입구를 배치해 실내의 평평한 바닥으로 공기가 흐르도록 하고 공기저항을 최소화했다.
운전석에는 계기반부터 중앙 콘솔까지 이어지는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배치해 차량 내부를 더 넓어 보이게 했다. 콘솔은 중앙에 떠 있는 듯한 디자인으로 터치식 버튼을 적용했다. 인포테인먼트(차량 내 정보·오락을 제공하는 장치) 및 공조 전환 버튼, 시트 및 운전대 열선 버튼 등도 모두 터치 방식으로 구현했다. 기아 관계자는 “실내 중앙 공간을 최소화해 최신형 전자기기 같은 혁신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EV6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500㎞ 이상, 4분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 100㎞ 확보,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 3초 등의 강력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자율주행기술 2단계에 해당하는 ‘HDA2’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기아는 이달 마지막 주 온라인 행사를 통해 구체적인 제원 등을 공개한다. 출시는 오는 7월이다. EV6의 경쟁 모델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 테슬라의 모델Y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 디자인 철학으로 시장 선도”기아는 이날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도 공개했다. 올초 기아가 사명에서 ‘자동차’를 떼고, 슬로건과 브랜드 방향성을 바꾼 것의 연장선이다. 서로 대조되는 조형·구성·색상 등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을 강조했다. EV6 측면에 적용된 ‘다이내믹 캐릭터’ 라인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이내믹 캐릭터 라인은 차체 상단의 유선형 디자인과 하단의 직선형 디자인을 하나로 연결한다.
기아는 EV6를 시작으로 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 이런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용 전기차 라인업의 이름도 ‘EV+숫자’로 정했다. 전기차를 뜻하는 일반명사인 ‘EV’를 활용해 이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기아는 2026년까지 전용 플랫폼 전기차 7종, 기존 모델에서 파생된 전기차 4종을 선보일 계획이다.
카림 하비브 기아 디자인담당 전무는 “우리의 목표는 고객이 기아의 제품을 통해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EV6를 시작으로 고객 일상의 가치를 향상시키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겠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