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 '공업' 떼고, 빅히트는 '엔터' 지우고…과감하게 간판 바꾸는 기업들

입력 2021-03-15 17:20
수정 2021-03-16 17:50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상장사들이 잇따라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업종 간 기술융합이 중요해지자 특정 산업에 치우친 이름을 고치려는 시도가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활로를 찾기 위해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업구조 재편을 단행하는 상장사가 늘어나면서 사명 변경이 잇따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오는 30일 열리는 주총에서 회사명을 하이브로 변경할 계획이다. 빅히트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아니라 멀티 플랫폼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빅히트는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각종 콘텐츠 제작 등으로도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특정 산업의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해 사명 교체를 결정한 상장사도 있다. 국내 대표 농기계 업체인 대동공업을 사례로 들 수 있다. 이 회사는 26일 주총에서 대동이란 새 이름을 채택한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기업 브랜드 강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대동공업은 1947년 설립 때부터 달고 있던 ‘공업’을 74년 만에 간판에서 지우게 됐다. 대동공업은 자율주행 농기계 등 미래 농업 선도기업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통 제조기업 인상이 강한 ‘공업’을 빼기로 했다.

화장품 제조사 제이준코스메틱도 30일 주총을 거쳐 사명에서 ‘코스메틱’을 뗀다. 이 회사는 최근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콘텐츠 제작·기획사 센시블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엔 사명에 주력 산업을 명확하게 밝히는 일이 많았다”며 “최근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사업을 폭넓게 다각화하고 용이하게 재편할 수 있도록 이미지를 앞세운 이름이 인기”라고 말했다.

22일 주총에서 사명을 기아로 바꾸는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31년 만에 사명을 교체하는 기아는 제조업 중심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브랜드 혁신과 수익성 확대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 외에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표기가 까다로운 이름을 쉽게 바꾸거나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사명 변경을 결정한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 주변기기 기업 버추얼텍은 29일 감성코퍼레이션으로 이름을 바꾼다. 필로시스헬스케어는 26일 주총에서 사명을 PHC로 바꾼다.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상장사가 많아 당분간 사명 변경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라며 “다만 과도하게 자주 이름을 바꾸는 상장사는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은정/임근호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