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세 가지 키워드로 본 중국 兩會

입력 2021-03-15 17:05
수정 2021-03-16 00:10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예년과 달리 1주일의 짧은 회기를 마치고 지난 11일 폐막했다. 양회를 통해 그해 중국의 주요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매년 이맘때가 되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올해 양회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및 14차 5개년 계획(2021~2025) 원년이라는 상징성 그리고 2035년 그랜드플랜 제시 이슈 때문에 더더욱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양회를 크게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분석해보자. 첫 번째 키워드는 ‘얼룩말’이다. 얼룩말 기업은 ‘유니콘 기업’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얼룩말은 무리 지어 생활하며 연대하는 습성을 가진 현실 속 동물이다. 흑과 백의 줄무늬처럼 이들은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사회를 개선하는 두 가지 일을 한다. 중국으로선 꼭 필요로 하는 기업이자 키우고 싶은 대상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 양적 성장시대의 유니콘 기업 대신 질적 성장시대에선 얼룩말 기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민생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알리바바 같은 독과점 기업 대신 작지만 강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까지 생각하는 기업을 여럿 만들어내겠다는 복안이 이번 양회에서 표출됐다.

양적인 성장에 더 이상 매진하지 않겠다는 것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발표한 데서도 알 수 있다. ‘6% 이상’이라는 목표는 당초 시장의 전망치 8~9%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렇듯 무난하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무분별하고 맹목적인 투자에 매달리지 말고, 각종 개혁 추진 및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 공간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밝혔다.

두 번째 키워드는 ‘검(劍)’ 이다. 리커창 총리는 “‘십년마일검(十年磨一劍·10년 동안 단 하나의 검을 간다)’의 각오로 핵심 과학기술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미국의 경제 압박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만큼, 핵심 기술력에 대한 자주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정부 문건에서 기술력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카보쯔(子·목을 짓누름)’였다. 그만큼 미국의 기술 제재에 따른 고통 강도가 컸다는 것을 방증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중앙정부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향후 5년간 연평균 7% 이상씩 확대하겠다는 정책이다.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정보, 바이오헬스케어 등 7개 과학기술과 로봇, 신에너지차량 등 미래차, 바이오 및 의료장비, 고속철 및 대형 LNG선, 희토류 등 8대 산업 분야를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 비전에서도 경제 규모에서 미국을 앞지르겠다는 포부와 함께 핵심 기술개발을 통해 ‘혁신형 국가’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지갑’이다. 중국 정부의 고민은 소비가 생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수년간의 정책 방점은 ‘공급 측 개혁’이었다. 공급과잉 해소와 부품소재 국산화가 최근 수년간의 정책 방점이었는데 앞으로는 ‘수요 측 개혁’이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핵심은 지갑 열기를 유도하는 소비진작책이다. 선진국형 소비 주도의 경제성장으로 체질 전환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된다.

‘좌실양기(坐失良機), 유극가승(有隙可乘)’이라는 말이 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틈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기업들은 이번 양회에서 발표된 중장기 정책 변화를 면밀히 살피고 적시 대응 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질적 성장정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리스크 회피와 함께 도시화·탄소중립·신사회간접자본(SOC) 추진에서 파생될 수요를 재빠르게 포착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