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의 임상시험에서 인지 및 기능 저하를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13일(현지시간)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릴리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에서 18개월 동안 투여한 결과 이들의 인지 기능 퇴행 속도가 완만해진 것을 확인했다.
앞서 지난 1월 릴리는 임상 2상 시험에서 긍정적인 톱라인 데이터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자세한 전체 결과를 공개했다. 회사는 전체 데이터를 제15회 국제알츠하이머파킨슨병학회에서 발표했다. 또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게재했다.
릴리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은 정맥주사제로, 아밀로이드베타 제거를 목표로 한다. 아밀로이드베타는 뇌에서 퇴적물을 형성하는 물질이다. 알츠하이머를 악화시키는 주요 인자로 추측되고 있다.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기 위해 고안됐다. 번역 후 변형된 아밀로이드베타의 한 유형인 ‘N-말단 피로글루타메이트’에 결합한다. 아밀로이드 덩어리(플라크)를 빠르고 완전하게 제거하도록 만들어진 단일클론항체다.
알츠하이머협회 최고과학책임자(CSO)인 마리아 카리요는 “임상시험 결과가 고무적”이라며 “다만 명백한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두고 봐야한다”고 전했다.
도나네맙의 임상 2상은 미국과 캐나다의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 25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72주 동안 한 달에 한 번 꼴로 시험 참가자 절반에게는 도나네맙을,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위약(플라세보)을 투여했다.
도나네맙은 1차 평가변수인 통합알츠하이머병평가척도(iADRS)로 측정된 인지 및 기능 저하 속도를 위약 대비 32%가량 늦췄다. iADRS는 인지 및 일상생활기능에 대한 복합지표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치료 시작 후 이르면 9개월(36주)부터 저하 속도의 유의한 차이가 관찰됐다.
2차 분석 데이터에 따르면 도나네맙은 모든 2차 평가변수에서 20~40%의 일관된 인지 및 기능 저하 지연 효과를 보였다.
다만 모든 2차 결과가 명목상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대부분 실질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2차 평가변수에는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 알츠하이머 인지기능평가척도(ADAS-Cog13) 등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NEJM에 게재한 보고서에서 이 정도 감소폭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라면서도, 환자들의 인지·행동 능력 감소세를 50% 둔화시킨다는 목표에는 못 미친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외신은 약효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시험이 필요하지만, 그동안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실패를 거듭한 점을 감안하면 개발 전망을 높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보도했다.
릴리는 시판을 위해 어떤 임상시험 결과가 필요한지를 놓고 미 규제당국과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