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가상자산) 시장 거래액이 코스피 시장 일 평균 거래액을 넘어섰다.
14일 가상자산 통계사이트 코인마켓캡닷컴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기준 국내 주요 4대 거래소의 지난 24시간 거래액은 업비트13조 6780억원, 빗썸 2조 3758억원, 코인원 5940억원, 코빗 469억원 등으로 총 16조 694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3월 코스피 일 평균 거래액(16조 459억원)과 코스닥 일 평균 거래액(11조 4126억원)을 모두 추월한 수치다.
파죽지세로 상승하는 비트코인 시세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 증가를 촉진했다. 14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이날 오전 5시 13분 경 7000만원대를 돌파, 사상최고점을 또다시 경신했다. 지난 7일 이후 8일 연속 상승 중이다.
이는 지난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조 9000억 달러(약 2140조원)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에 서명한 여파로 풀이된다. 대규모 재정 지출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예상되면서 헤지(Hedge)수단의 일종으로 비트코인이 수요가 급증한 것.
또 북미권을 중심으로 비트코인 투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 시세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2일 미국 최대규모 가상자산 투자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의 운용자산이 처음으로 440억달러(약 50조원)를 돌파했으며, 지난달 캐나다 자산운용사 퍼포즈 인베스트먼트가 출시한 북미 첫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BTCC’는 출시 3주일만에 자산 규모 1조원을 넘겼다.
고수익 투자처를 찾아 돈이 이동하는 이른바 ‘머니 무브’로 인해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이 급증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국내 증시 횡보가 길어지면서 대안 투자처의 일종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들어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속적으로 감소한 반면 가상자산 거래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월 12일 74조4559억원에서 지난달 말 63조8585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반면에 올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약 2개월간의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445조원)은 이미 지난해 1년간의 누적 거래액(356조 2000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과거 가상자산 광풍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사상최대 규모의 거래액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대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영향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코인마켓캡닷컴 기준 14일 전세계 가상자산 거래액은 172조원으로, 국내 거래액(16조 6947억원)은 9%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과거 비트코인 열풍 당시 국내 거래액이 전세계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던 것과 대조적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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