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10주년 특별기획 ‘시지프스: the myth’의 다양한 설정 활용법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현명한 방법으로 이야기를 연결시키며 몰입도를 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재공학자
한태술(조승우)이 ‘천재공학자’란 설정은 지금의 판타지 세계관을 쌓아 올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손에서 미래의 타임머신 ‘업로더’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저마다의 ‘후회’를 품은 미래의 사람들이 과거로 넘어오고 있었고. 이는 모든 미스터리의 시초였다. 하지만 ‘시지프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캐릭터 설정을 보다 다양하게 활용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일례로 한태술의 펜트하우스에 있는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투명 디스플레이, 20년 전의 얼굴도 잡아낸다는 안면 인식 프로그램 등과 같은 최첨단 기술의 향연 등이다. 무엇보다 태술이 위기에서 벗어날 때마다 갖가지 수학적, 과학적 사고를 이용한다는 점은 흥미롭다. 이제까지 나온 분진폭발, 콜라로켓, 달 방위를 이용한 날짜 계산 등이 모두 그러했다. 앞으로 남은 8회에서 천재공학자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한 탈출법이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되기도 한다.
#위상이동
한태술은 천재공학자의 비상한 능력으로 고분자화합물의 양자 전송을 통한 위상이동을 실현했다. 쉽게 말하자면, 복사의 원리로 A에서 B로의 물체 이동을 이뤄낸 것. 현재 ‘퀀텀앤타임’의 기술로는 작은 각설탕 하나 정도 이동시킬 수 있지만, 미래에 있는 ‘업로더’는 사물이 아닌 사람까지도 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했다. 미래에서 현재로 사람이 넘어 올 수 있었던 이유였다. 뿐만 아니라 업로더만 있다면 ‘시지프스’가 이야기하는 무한대의 타임루프가 가능해진다. 2020년에 살고 있는 9살의 서해가 시간이 흐른 2035년에서 다시 9살의 서해가 있는 곳으로 계속해서 되돌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시지프스’는 이를 통해 두 주인공들에게 ‘영원히 반복되는 형벌’인 시지프스 운명을 부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6회에서 강서해(박신혜)가 갇혀있는 태술을 구하기 위해 위상이동으로 EMP를 보낸 획기적인 방법은 이 세계의 참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타임패러독스
시공간 이동에도 몇 가지 법칙이 있는데, 타임패러독스가 그 중 하나다. 만약 미래에서 온 사람과 현재에 있는 사람이 만나게 된다면, 즉 동일 위상의 동일 정보면 몸과 기억이 섞이다가 하나가 없어지는 타임패러독스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는 아시아마트 직원 엄선재(이명로)의 설명을 통해 알려지며, 떡밥으로만 존재하다가 지난 8회 방송 말미 서해의 미래 회상을 통해 회수됐다. 미래에 있는 서해가 이전 회차에서 끝내 한태술을 지키지 못하고 죽은 자신의 백골 사체를 발견했다. 이루 말 할 수 없는 감정에 백골에 손을 댄 순간, 백골이 가지고 있던 기억이 미래의 서해에게 스며들었다. 미래에 있던 서해가 또 다시 업로더를 타기로 마음 먹을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게다가 타임패러독스의 쓰임새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 무궁무진한 활용법에 기대를 더한다.
김나경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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