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제대로 알리는 역할이 시급합니다. AI 미래포럼은 개방과 참여를 통해 결국에는 ‘창조의 영역’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한국 AI 연구 ‘1세대’이자 KAIST 명예교수인 김진형 AI경제연구소 자문위원장(사진)은 출범을 앞둔 AI 미래포럼의 역할을 ‘공유와 발전의 장’으로 정의했다.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지난 12일 만난 그는 포럼에 쏟아지는 기대감만큼 무거운 책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AI미래포럼의 자문위원장도 맡게 된다.
최근 국내 AI 관련 정책과 사회적 인식에는 AI의 기능과 역할이 모호하게 정의돼 있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진단이다. 이번 포럼을 통해 AI의 ‘포장된 거품’을 걷어내고, 지속 가능한 기술로 사회 구성원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이 도구로서의 AI를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공유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가장 당부하는 사항이다. 그는 “예를 들어 논문 하나를 보더라도 여러 전문가가 함께 보며 의견을 나누면 깊이가 달라진다”며 “지식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이 포럼이 담아야 할 가치”라고 했다. “AI는 글을 쓰고, 동영상을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환자의 정보를 사용하는 의료 영역, 승객이 탑승하는 운송 영역 등 신중을 기해야 할 분야에서도 쓰이려 하고 있다”며 “기술적 고민을 모두가 함께할 때”라고 했다. 기업들에는 ‘영감’을 주는 주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중에서도 AI를 어느 분야에 적용해 효용을 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하는 곳이 많다”며 “크든 작든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현장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탐구하고, 연구자보다 엔지니어가 직접 영감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의 뜻이 한데 모이면 정부 정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만큼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기구가 되기를 주문했다. 그는 “주로 고등교육과 관련해 중복이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다수 나오고 있다”며 “당국에 AI의 중요성을 다시 환기하고, 올바른 방향 설정을 돕는 데서 포럼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