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첫 상장지수상품(ETP)이 독일에서 출시됐다. 상장지수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회사 및 기술기업들이 이미 자산의 상당 부분을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며,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시에서도 곧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투자상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서 ‘ETC그룹 실물 이더리움 ETP(티커명 ZETH)’는 3.34% 내린 14.46유로에 거래를 마쳤다. 9일 상장된 이 상품은 이더리움에 투자하는 세계 첫 ETP다. 이더리움은 13일 기준 2192억달러(약 249조1208억원)의 시가총액을 가진 암호화폐로, 비트코인(1조1443억달러)에 이은 암호화폐 시총 2위 상품이다.
암호화폐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는 독일과 캐나다 시장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시작은 작년 7월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등장한 첫 비트코인 ETP ‘비트코인 교환거래 크립토(BTCE)’다. BTCE가 상장 이후 약 반년 만에 순자산 10만달러를 끌어모으는 등 흥행에 성공하자 캐나다에서도 비트코인 기반 상품이 잇따라 등장했다.
지난달 캐나다는 북미의 첫 비트코인 ETP인 ‘퍼포스 비트코인 ETF(BTCC)’와 두 번째 상품인 ‘이볼브 비트코인 ETF(EBIT)’를 내놓았다. 9일 상장된 세 번째 비트코인 ETF인 ‘CI 갤럭시 비트코인 ETF(BTCX)’는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하고자 운용보수를 연 0.4% 수준까지 낮췄다. BTCC와 EBIT의 보수는 각각 연 1%, 0.75%다.
아직 세계 최대 주식시장인 뉴욕증시에서는 암호화폐 ETP가 상장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이미 주요 금융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암호화폐에 직접 투자하고 있고, 개인 간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투자 상품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암호화폐정보업체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작년 5월 300만 코인에서 이달 초 기준 240만 코인으로 줄었다.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거래소를 활용해 코인을 보유한 점을 감안하면 기관 및 기업의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해석이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