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이 기사는 03월 19일(09:32)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매체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이비온은 국내 최초로 동반진단에 기반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개발에 나선 바이오 기업이다. 신영기 에이비온 대표는 주력 파이프라인인 ‘ABN401’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저해제가 극복하지 못한 내성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EGFR은 비소세포폐암 발병과 연관된 핵심 유전자로 꼽힌다. 비소세포폐암 발병 사례 중 30%가량이 EGFR 변이로 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기존 비소 세포폐암 치료제들 상당수는 EGFR을 통해 이뤄지는 세포 내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저해제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이레사, 스위스 로슈의 타쎄바가 대표적인 EGFR 저해제다.
하지만 EGFR 저해제는 투여 후 1년 이내에 대부분의 환자에게서 내성이 나타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EGFR 저해제의 내성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간세포 성장인자 수용체(C-Met) 유전자의 변이”라며 “EGFR 저해제와 C-Met 저해제를 병용투여하면 내성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GFR 저해제 내성 막는 C-Met 저해제
C-Met은 EGFR처럼 비소세포폐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다. 간세포성장인자(HGF)의 수용체로서 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활성화해 세포의 성장, 유지, 생존 등에 관여한다. C-Met 유전자 변이로 인한 비소세포 폐암 발생 비율은 전체 환자 중 6% 정도다. C-Met 유전자가 과발현되거나 엑손14 부위에서 결손(skipping)이 일어나는 등 그 변이 원인은 다양하다.
EGFR과 C-Met 둘 중 하나에서만 변이가 일어나도 비소세포폐암이 발병하지만 두 유전자 모두에서 변이가 발생해 비소세포폐암이 생기기도 한다. 에이비온은 C-Met 치료제를 C-Met 변이로 인한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차 치료제로서뿐만 아니라 EGFR 저해제와 병용투여하는 방식으로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선 C-Met 저해제로 개발 중인 물질의 기술이전 사례가 나왔다. 미국 터닝 포인트테라퓨틱스는 지난해 7월 중국계 바이오 기업 자이랩에 C-Met, CSF1R, SRC 등을 표적으로 하는 ‘TPX- 0022’를 3억36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신 대표는 “C-Met과 EGFR 병용 임상에 대해선 모든 업체들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며 “현재까진 EGFR 저해제 투여로 인한 내성 발생 시 마땅한 대안이 없어 화학적 요법을 이용하거나 내성이 생긴 약물을 계속 복용하는 데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C-Met 저해제를 시장에 출시한 제약사도 있다. 스위스 노바티스는 지난해 5월 C-Met 저해제인 ‘타브렉타(성분명 캡마티닙)’로 MET 유전자의 엑손 14 돌연변이가 있는 전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에 대해 FDA의 승인을 받았다. 독일 머크도 지난 2월 ‘텝메코(성분명 테포티닙)’로 FDA 승인을 받으며 C-Met 저해제 시장에 가세했다.
“안전성 강화한 C-Met 저해제 내놓겠다”
신 대표는 캡마티닙과 테포티닙 모두 안전성에 약점이 있다고 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캡마티닙은 1세대 C-Met 저해제가 겪었던 독성 문제를 안고 있다. 1세대 C-Met 저해제는 신장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퀴놀린’이라는 분자 구조를 갖고 있다.
신 대표는 “2010년 초 일라이릴리, 존슨앤드존슨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C-Met 저해제 임상에 나섰지만 독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며 “캡마티닙도 임상 결과에서 중대한 신장 독성사례가 나왔다”고 말했다. 테포티닙은 퀴놀린 구조가 없지만 약물 지속기간이 긴 탓에 체내에 남은 약물이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에이비온은 C-Met 저해제인 ABN401을 기존 제품들보다 안전성을 개선한 ‘계열 내 최고 의약품(best-in-class)’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 회사는 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후보물질을 발굴할 때부터 퀴놀린 구조를 아예 배제했다.
현재 한국과 호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신 대표는 “투여 용량을 수차례 올리면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보고 있는데 현재까진 중대한 안전성 문제도 없었고 유효성도 긍정적으로 나왔다”며 “임상 1 상을 마치고 올해 안에 미국서 임상 2상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3세대 PCR 기술로 차별화
신 대표는 다른 경쟁사가 갖지 못한 신무기도 갖고 있다. 바로 동반진단 기술력이다. 에이비온은 국내 최초로 동반진단에 기반해 항암제 개발에 도전한 회사다. 이 회사는 혈류 속 순환종양세포(CTC)와 드롭렛디지털 중합효소연쇄반응(ddPCR)을 활용해 암환자에게서 C-Met 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ddPCR 기술은 ‘3세대 PCR 기술’로 불린다. DNA가 담긴 샘플을 수만 개 방울로 쪼갠 뒤 방울마다 유전체 유무를 파악해 유전자를 정량분석하는 기술이다. 이 검사법을 이용하면 다른 경쟁 제품이 환자 투여를 결정하기 전에 수행하게 되는 조직검사에 비해 검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신 대표는 “신약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임상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며 “동반진단을 거쳐 바이오마커를 설정한 뒤 임상 환자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비임상에서부터 인체 투여 용량 범위를 가늠하는 과정을 거쳐야 신약 개발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론 다른 암종으로도 ABN401의 적응증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게 신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C-Met이 비소세포폐암뿐만 아니라 위암, 간암, 유방암 등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라는 게 밝혀지고 있다”며 “우선 C-Met 저해제에 대한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큰 폐암 분야에 집중한 뒤 다른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에이비온은 올해 안에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마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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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N401의 가치 재평가 이뤄질 것 <i>by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i>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3세대 저해제 치료 후 가장 많이 생기는 내성 변이가 C-Met 변이다. 이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은 EGFR 저해제에 MET 저해제를 병용해 임상 개발을 진행 중이다.
에이비온의 ‘ABN401’은 임상 1상에서 우수성 검증을 완료했고 잠재적 유효성도 확보한 만큼 가치 재평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3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