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모토는 '내 손안의 의사'에요. 이제 개인별 인공지능(AI) 닥터 시대를 준비해야죠."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전 세계 사람들이 발이 묶인 가운데 쇼핑 교육 경영 등 각종 분야에서 '비대면(언택트)' 수요가 폭발했다. 의료도 마찬가지다. 로봇을 활용한 원격의료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단 현장 접목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AI 기반 의료정보 서비스 플랫폼 '어디아파' 개발사 비플러스랩은 이 점에 주목했다. 스마트폰으로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사회적 비용을 줄여 공중보건 역할까지 한다는 목표다.
비플러스랩은 의사 10명이 참여해 850여 개 질환, 75개 주 증상을 분류했다. 환자가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두통, 어깨통증, 복통, 기침, 어지럼증 등 증상을 입력하면 10여 개의 질문을 토대로 예상 질환을 나열해 보여준다.
세부 진료를 보기 전까지의 작업, 즉 문진을 작성하고 병증의 예상범위를 좁히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셈이다.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허기준 비플러스랩 공동대표(사진)는 "환자뿐 아니라 의료진에게도 도움이 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hr style="display:block !important; margin:25px 0; border:1px solid #c3c3c3" />◆ 이력이 독특하다. SK텔레콤에서 20년 넘게 일했다고.
"SK텔레콤에서만 23년 근무했다. SK텔레콤은 통신회사지만 다양한 사업을 한다. 저는 신규사업 공모, 그중에서도 헬스케어를 담당했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SK텔레콤은 해외에 병원을 지은 적도 있다. 저는 중국 심천에서 SK텔레콤이 운영한 클리닉 법인장으로 7~8년 경험을 쌓았다. 회사 간판만 바뀌었을 뿐, 쭉 헬스케어 분야 커리어를 쌓아왔다."
◆ 원격의료는 의료진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가 가장 번거로워 하는 게 문진 작성이다. 환자를 만나면 증상을 일일이 적느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저희는 사전에 환자가 앱을 이용해 문진을 입력하고 그 결과를 의료진에 넘기도록 만들었다. 특히 소아과 같은 경우 하루에 환자 100명 이상을 볼 때도 많다. 매번 똑같은 질문을 다 적다보면 피로도가 누적된다. 우리 앱은 의사들의 에너지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 플랫폼에 참여하는 의료진에도 이득이 있다는 거구나.
"그렇다.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면 의료진 피로도를 낮출 수 있고 고급 인력을 더 효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해 병원 경영에도 장점이다. 과정을 표준화해 오진율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있고 환자와 의사 간 공감대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 서비스의 핵심 타깃은 누구인가. 주 사용 연령층이 궁금하다.
"저희는 연령보다 '엄마'를 중요 타깃으로 설정했다. 남편과 아이들 건강에 엄마들이 가장 관심이 많지 않나. 어떻게 하면 어르신들이 우리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게 할지도 고민하고 있다. 자녀들이 대신해줄 수도 있겠지만 관건은 고령층과 우리 서비스의 직접적 접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병원과 우리 서비스가 연계되면 어르신들이 깜빡하거나 시간이 없어 진단 시기를 놓쳤을 경우 병원에서 먼저 연락해 의료 일정을 잡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 대상 의료 분야를 확대할 계획은 없는지.
"알고리즘을 개발한 게 소아과, 내과, 이비인후과, 비뇨기과 등 총 11개 진료과목이다.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는 아직 하지 않았다. 정신과는 초진보다 재진이 훨씬 중요하다. 정신과 상담은 100% 말로 이뤄지는데 녹음하긴 하지만 보통은 그냥 사라진다. 데이터 축적이 안 되는 거다. 좀 더 광범위한 문진 데이터를 쌓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과에 비해 의사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또 정신과는 의사뿐 아니라 지자체와의 협력도 연관돼 있다. 얽힌 게 많지만 반드시 할 것이다. 올 연말쯤 정신과 관련 서비스 론칭을 계획 중이다."
◆ 회사 설립 4년째인데 매출이 일어나고 있나.
"작년부터 디지털 뉴딜 등 본격적으로 정부 과제를 수주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기존 자본금과 정부 지원사업으로 매출을 냈지만, 올해는 6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해 본격 성장 구간에 진입했다. 이와 별개로 올해 역시 정부 지원사업을 과제별로 10억~20억원 규모로 진행 중이다."
◆ 해외 진출을 계획하는 것으로 들었다. 어느 정도 진행됐는가.
"처음부터 국내보다 해외에서 성장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다. 특히 중국은 원격의료 시장이 완전히 개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국공립 병원이 온라인으로 컨설팅하고 진단은 물론 약까지 처방한다. 우리나라는 규제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중국 내 플랫폼은 대부분 예약부터 결제, 처방까지 이뤄지는데 딱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 '무슨 과를 가야 하느냐' 이게 없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진 기능이 없다는 얘기다. 작년에 중국 원격의료 플랫폼에 우리 서비스를 제안했고 결과가 좋아 중국어 버전의 문진 기능을 완성했다."
◆ 중국이라면 의료데이터 축적 면에선 어마어마한 것 아닌가?
"우리와 손잡은 중국 '건강160'이라는 업체만 해도 가입자가 2억명 정도다. 하루 이용횟수는 3000만건이다. 중국에 부재한 문진서비스를 우리가 채워넣겠다는 거다. 우리나라는 약사법 등 규제에 걸려 못하지만 중국은 규제 장벽이 높지 않아 온라인 약국, 온라인 처방, 결제 및 배송이 다 된다. 중국 현지 기존 서비스에 우리 콘텐츠만 붙여놓으면 비대면 진료의 A부터 Z까지 완성되는 셈이다."
◆ 비플러스랩의 중단기 목표와 최종 비전은?
"1차 목표는 2025년까지 가입자 400만명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비플러스랩의 기업가치가 1000억원 이상 될 것으로 추산한다. 또 중국처럼 규제 문턱이 낮은 곳에서 서비스를 활성화시켜 아시아 가입자 2400만명이 우리 서비스를 쓰게 만들겠다. 이 목표까지 달성한다면 기업가치는 약 500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본다. 중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중국은 지역별 의료 편차가 너무 크다. 세계적 수준의 의료진을 갖춘 곳도 있지만 지방은 의료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우리 솔루션을 통해 중국 지방 의사들이 보조를 받으면 효과가 클 것이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 같은 경우 우리 서비스가 의료 수준을 확 높여줄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