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반도체산업협회(CSIA)가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민간 차원에서 협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다.
12일 경제 전문매 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CSIA는 전날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SIA와 협의체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국 반도체 회사 10여 곳씩이 2년에 한 번 회의를 열고 수출 제한부터 공급망 안전, 보안 기술 등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다.
중국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지만 핵심 칩 생산 기술과 장비는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2025년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지난해 자급률이 15.9%에 그치는 등 성과가 부진하다.
미국이 지난해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의 반도체 조달을 막은 것은 중국의 아픈 곳을 제대로 찔렀다는 평가다. 미국은 이어 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중신궈지(SMIC)에도 미국의 기술과 장비를 쓰지 못하도록 제재했다.
중국은 1년에 3000억달러(약 340조원)어치 반도체를 수입하는 세계 최대 수입국이다. 중국에 반도체와 관련 기술·장비를 팔아온 미국 기업들도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인텔, 퀄컴 등 미국 주요 반도체업체가 소속돼 있는 SIA는 이날까지 중국과의 협의체 구성에 관해 특별한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 기업에 가한 제재들을 동일하게 유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AI, 차세대 통신 등을 대(對)중국 정책의 핵심 주제로 삼고 있다. 양국이 갈등을 겪고 있지만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협의체 설립을 계기로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에 전날 홍콩증시에서 SMIC의 주가는 12% 넘게 상승했고 이날도 장중 2%가량 올랐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