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가 1차 조사 결과를 내놨으나 성난 민심은 더욱 들끓고 있다. 예상보다 적은 수의 투기 의심자를 찾아낸 것에 대해 ‘정부도 한패 아니냐’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큰소리만” 불만 폭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정부가 큰소리만 치고 조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글쓴이는 “LH 사태와 관련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정세균 국무총리나 브리핑쇼하면서 ‘절대 가만 안 둔다’고 큰소리만 친다”며 “이미 일은 벌어졌고 지금 회사 잘려도 평생 벌 돈 다 벌었고 환수할 법적 근거도 없는데 엄포만 놓는다”고 했다.
정부는 LH 직원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와 LH의 전 직원 1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토지 거래를 살펴본 결과 총 20명의 투기 의심 사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당초 참여연대와 민변이 제기한 투기 의심 직원 13명을 제외하면 7명만을 추가로 밝혀냈다.
지난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보이는 네티즌이 ‘아니꼬우면 이직하라’는 글을 쓴 바 있다. 이에 정 총리는 “공직자의 품격을 손상시키고 국민에게 불편함을 더하는 이런 행태는 결코 용서받아선 안 된다”며 “가능한 방법을 통해서 조사해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 측은 “해당 글쓴이가 누구인지 알아낼 수 없다”며 “이용자 신뢰도를 위해 개인정보를 아예 저장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LH 부자들’ 등 패러디물 등장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분위기는 온라인에서 잇따라 올라오는 ‘내’를 ‘LH’로 바꾼 패러디물에서 드러난다. 영화 ‘내부자들’ 포스터를 바꾼 ‘LH부자들’ 사진이나 ‘다 내꺼야’라는 아동 도서 제목을 ‘다 LH꺼야’라고 바꾼 사진도 온라인에 올라오고 있다. 보드게임인 ‘모두의 마블’ 이름을 ‘LH 마블’로 합성한 사진도 있다.
2030 직장인은 ‘2021년 신(新)직업 등급표’ 글을 공유하며 자조하고 있다. 등급표에서 1등급 직업은 판사·LH 직원이다. 2·3·4·5등급은 각각 형제·부모·친척·친구를 LH 직원으로 뒀을 때다.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로 부동산 재산을 불린 LH 직원이 상위권 직업으로 올라섰다고 풍자한 것이다.
LH 고위 간부의 투신 사건이 알려진 이후에도 시민 반응은 냉담했다. 경기도남부경찰청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아파트에서 LH 전북본부장을 지낸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 그는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직장인 최모씨(30)는 “투기 의심자가 20명만 나왔다는 조사 결과는 국민으로서 두 번 우롱당한 기분”이라며 “LH 직원 사망은 안타깝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확실히 조사해서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이중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태”라며 “부동산 문제는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큰 관심을 둔 문제이기에 모두가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