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기업의 경영진에서 실무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많은 공부가 필요하더라고요. 전직지원 기획하려고 1000시간이 넘는 교육을 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꾸준히 공부를 해야 따라 잡을 수 있어요.” (김두일 시니어앤파트너즈 상무)
한 회사의 임원에서 다시 막내 인턴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녹록치 않다. 그럼에도 용기 있게 새로운 삶을 살기로 선택한 두 명의 시니어 인턴에게서 ‘막내 인턴 도전기’에 대해 들어봤다.
시니어 인턴들이 말하는 ‘시니어 인턴’은?
이강호(64) 씨는 유엔기구 유니세프에서 기금모금 업무를 25년간 해온 전문가다. 현재는 사회적 기업 플레이시드스쿨의 경영, 마케팅, 홍보 등의 자문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 3일 근무로 50플러스 보람일자리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이 씨는 2016년부터 서울시50플러스재단 서부캠퍼스에서 인생학교 2기를 수료했다. 이후 2019년 다문화가정 지원 비영리단체를 시작으로 꾸준히 시니어 인턴으로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씨는 시니어 인턴으로 근무하며 가장 좋은 점으로는 젊은 동료들과 긍정적인 사고와 이해방식 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개선점으로는 ‘홍보 부족’을 꼽았다. 정부의 노력 등으로 중장년/시니어 일자리 제공에 관련된 부분은 어느 정도 홍보가 되고 있지만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량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김두일(68) 씨는 외환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2014년부터 꾸준히 인생 2막을 위한 준비를 해온 시니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생애설계 상담사를 시작으로, 시니어앤파트너즈 시니어 인턴을 거쳐 현재 상무로 재직 중이다. 근무 형태는 선택할 수 있으며 주 5일 근무시 사회적 기업 전문직은 200만원 가량, 주 3일은 100만원 전후다.
김 씨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특히 경영자 업무 수준에서 실무자 업무로 빠른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꼽았다. 김 씨는 은행 구조조정 업무 전문가였던 기존 능력에서 전직지원 기획 업무로 전환하기 위해 1000시간 이상의 학습을 해왔다.
시니어 인턴의 업무 강도는 소속 기업에 따라 다르다. 전직 분야에 따라 기존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시니어들에게 전하는 조언, ‘내려놓고 변화하라’
인터뷰에 응한 두 시니어는 풍부한 경험과 재능을 갖고 있는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활동을 권장했다. 이강호 씨는 “스타트업이나 비영리단체는 늘 유관 분야의 시니어들을 필요로 한다. 자신이 쌓아온 경험들과 재능을 공유하며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는 시니어 자체도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이 씨는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대부분의 구성원이 젊기 때문에 격차를 줄이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을 추천했다. 이 씨는 “자신의 경력이나 전문성을 이유로 인정받으려는 태도가 먼저면 도태되기 쉽다. 회사의 구성원들과 소통을 통해 갈등을 줄이고 이해하는 과정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두일 씨 역시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오만(hubris)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실무 능력 향상을 위해 OA 능력(한글, 엑셀, PPT 등)을 키우는 편이 좋다. 현재 부족한 PPT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내일배움카드나 구직 지원금 등을 활용하면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다. 김 씨는 이어 “지휘자에서 연주자로 돌아가는 과정은 어렵지만 자신부터 변화하고 배워야 도태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시니어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 역시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참여가 단순하게 정부 지원금 수령,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의 목적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 씨는 “참여 기업 및 기관 역시도 시니어 인턴을 통해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선 사항들을 꾸준히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시니어 인턴과 발을 맞춰가는 프로그램들을 위하 양측이 모두 노력해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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