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e커머스) 기업 쿠팡의 공모가가 희망가 상단을 넘어섰다는 외신 보도가 이어지면서 회사 안팎에서 '잭팟'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최대주주인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소프트뱅크비전펀드)뿐 아니라 쿠팡 임직원 역시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CPNG' 종목 코드로 상장된다. "쿠팡, 기업가치 72조…알리바바 이후 최대 외국기업 IPO"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쿠팡의 공모가는 한 주당 35달러(약 3만9896원)로 확정됐다.
35달러는 쿠팡이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자료에서 상향 제시한 공모 희망가격 범위(32∼34달러) 상단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당초 쿠팡은 한 주당 공모 희망가격을 27~30달러로 제시한 후 한 차례 높였으나 이보다도 높은 몸값이 책정된 것이다.
쿠팡은 상장 과정에서 1억2000만주를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보도와 같이 공모가가 35달러에 확정됐다면 쿠팡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42억달러(약 4조8000억원)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된다. 공모가 기준 쿠팡의 기업가치는 630억달러(약 71조8263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WSJ는 전했다.
또한 쿠팡은 공모 규모 기준으로 지난달 데이트 앱(운영프로그램) 범블(21억5000만달러)의 기록을 웃돌아 올 들어 미 증시에서 최대 IPO가 된다. 이는 2014년 중국 정보기술기업 알리바바(1680억달러)의 상장 이후 최대 외국기업인 셈이다. 손정의부터 투안팸 CTO까지 '잭팟'
희망가 상단을 뚫은 공모가로 쿠팡 안팎에서는 대박 소식이 이어질 전망이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소프트뱅크비전펀드(이하 소프트뱅크)다. 소프트뱅크는 2015년과 2018년 모두 30억달러를 쿠팡에 투자, 지분 33.1%(클래스 A·B 합산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투자 당시 쿠팡의 대규모 적자로 말미암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란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이제는 스타트업 투자의 성공사례로 꼽히게 됐다. 외신에서는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이익이 최대 8배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클래스 A·B 보통주를 모두 고려한 상장 후 지분율은 소프트뱅크 33.1%, 그린옥스 16.6%, 닐 메타 16.6%, 창업자 김범석 이사회 의장 10.2% 순으로 집계됐다.
임직원의 스톡옵션 주식도 관심사다.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 신청 서류에 따르면 쿠팡의 스톡옵션 주식 수는 6570만3982주로, 평균 행사가는 1.95달러(약 2200원)에 그친다.
공모가를 주당 35달러로 산정할 경우 회사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인 스톡옵션으로 큰 평가이익이 발생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영입된 우버 출신의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의 경우 2744만달러 규모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다만 직원별로 격차가 커 상장으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직원은 일부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편, 쿠팡은 지난 5일 기준 쿠팡과 자회사에 재직 중인 쿠팡 배송직원과 물류센터 상시직 직원, 레벨 1∼3의 정규직·계약직 직원 중 그동안 주식을 부여받은 적이 없는 직원을 대상으로 1인당 200만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줄 계획이다. 다만 해당 주식은 받은 날로부터 1년을 근무하면 50%, 2년을 근무하면 나머지 50%를 주는 방식이다.'실탄 확보' 쿠팡의 진격…배송전쟁 격화
쿠팡은 상장 조달 자금으로 물류센터 건립과 신규 고용, 새로운 사업 확장 등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에 유통가의 배송전쟁이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요기요'나 '이베이코리아' 등 인수·합병(M&A) 시장에도 파란이 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선 운송·물류 역량과 IT 개발인력 등에 공격적인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쿠팡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대구 메가물류센터 등 6곳의 물류센터를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쿠팡은 "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수년 내 7개의 지역 풀필먼트 센터를 세우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쿠팡이 제주도까지 넓힌 로켓배송 서비스 지역이 한층 촘촘하게 퍼진다는 이야기다.
또한 쿠팡은 IT 개발자 인력 확보에도 공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이미 판교에 개발자를 위한 전용 사무실을 마련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공지능(AI) 부문 임원(상무)이 쿠팡으로 자리를 옮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은 전국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망 구축이 일단락됐고, 그 효과가 드러날 것"이라며 "사업영역 확대를 통해 플랫폼 지배력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M&A 시장에서는 쿠팡이 매물로 나온 국내 2위 배달앱(운영프로그램) '요기요'의 인수전에 뛰어들지가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요기요를 인수하면 현재 운영 중인 후발주자 '쿠팡이츠'와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쿠팡이츠의 배달서비스 지역이 수도권 일부 지역에 그치는 상황인 만큼 요기요를 인수하면 적용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은 또 다른 매물인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G마켓과 G9, 옥션을 운영하는 e커머스 업계 '빅3'인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 산정에 쿠팡의 상장이 영향을 줄 수 있는데다 일각에선 인수전 참여 관측도 내놨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픈마켓을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양사가 별개의 플랫폼을 유지하고, 해당 플랫폼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이를 해낼 수 있는 유일한 사업자는 쿠팡이라고 판단돼, 유일한 인수 후보라고 본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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