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60명 죽었는데…국제 로비에 24억 '펑펑' 쓰는 미얀마 군부

입력 2021-03-11 10:27
수정 2021-03-25 00:03

미얀마 군사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 로비활동을 벌이기 위해 200만달러(약 23억8000만원)를 쓴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이어지고 있는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려는 목적이다.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면서 지금까지 미얀마에서는 6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고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로비스트인 아리 벤 메나시를 고용하기 위해 200만달러(약 23억8000만원)를 지불하기로 했다. 이 사실은 메나시가 운영하는 회사인 디킨스앤매드슨이 미 법무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공개됐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킨지 한달여 만인 지난 4일 메나시와 계약을 맺었다.

미얀마 군부가 로비스트를 고용한 가장 큰 목적은 제재 완화로 꼽힌다. 미 정부는 미얀마 군부의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한 제재를 결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자녀 및 관련 기업들이 미국 내 보유한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다. 앞서 지난달 미국은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을 제재 대상자 명단에 올렸다. 영국도 미얀마 군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메나시의 임무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러시아 등 여러 국가 정부와 유엔, 아프리카연합(AU) 등을 상대로 미얀마 군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이다. 그는 앞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를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얀마 군부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간에 권력을 이양할 의향이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메나시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평가다.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메나시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독재자인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 수단 군부 등을 위해 로비스트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인물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