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 바른투자자문 대표(52·사진)는 2000년대 여의도 증권가를 주름잡던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인터넷·게임 분야를 주로 맡아 ‘베스트 애널리스트’ 조사에서 20회 넘게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투자자문사를 차린 뒤엔 저평가된 중소형 가치주에 주로 투자했다. 작년 100%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그는 실적 등 펀더멘털 대비 주가가 저렴한 가치주를 선호한다. 하지만 성장 모멘텀을 찾지 못한 저성장 저평가주 투자는 경계했다. 정 대표에게 ‘진흙속에서 진주를 찾는법’을 물어봤다. ▷자신만의 기업 발굴 노하우는.“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은 피하고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을 선호한다. 밸류에이션이 낮다는 말은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뜻이다. 그래도 밸류에이션이 낮지만 주가가 상당 기간 오르지 못한 기업은 피한다. 앞으로도 저평가 국면에 머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주가 상승을 이끄는 건 결국 성장 모멘텀이다. 성장 산업군에 속한 기업 중 상대적으로 오르지 못해 밸류에이션이 낮은 종목을 택하는 것이 가장 좋다.” ▷구체적인 사례는.“해당 산업의 업황이 중요하다. 업황이 좋으면 기대 이상으로 이익을 거두는 회사가 나온다. 이렇게 산업을 선택하고,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을 찾기 시작한다. 최근 수소 관련 산업에서 찾은 종목으로 삼양사가 있다. 시가총액이 6000억원이 채 안 되는데,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었다. 주가수익비율(PER)은 6배에 불과하다. 게다가 시가총액 1조1000억원이 넘는 JB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삼양패키징, KCI 등 상장회사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삼양사는 화학·식품회사다. 밀가루와 설탕 등을 생산하고 페트병 관련 사업을 주로 한다. 성장성이 거의 없는 사업이다.” ▷전형적인 저성장 저평가주 아닌가.“잠재력을 눈여겨봤다. 삼양사가 자회사를 통해 수소차용 이온교환필터 등 수소 관련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또 미래차의 성공을 좌우할 자동차 경량화에 필요한 소재 등도 생산한다. 삼양사는 1924년 설립된 회사다. 쉽게 망할 회사가 아니다. 거기다 자동차 경량화, 쇠보다 더 강한 플라스틱, 썩는 플라스틱인 바이오플라스틱, 무균 충전 음료 등 미래 산업에 필요한 기술력도 갖추고 있다. 이런 잠재력이 아직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성공 사례는.“DI동일이라는 회사다. 과거 동일방직이란 의류소재 기업이다. 이 회사는 2차전지 테마로 접근했다. 당시 시가총액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치보다도 적었다. 서울 테헤란로에 큰 사옥을 두고 있고 수도권과 지방 여러 곳에도 땅이 많았다. 물론 주력 사업만 놓고 보면 만년 저평가 종목이다. 그런데 자회사 중 동일알루미늄이라는 곳이 2차전지 소재인 알루미늄박 분야에서 국내 선두 기업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지난해 투자한 후 주가가 세 배 넘게 올랐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