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시대다.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뉴스, 터무니없는 유언비어와 음모론이 득세하는 가운데 진실의 목소리가 좀처럼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일본에서 출간된 《‘과학적’이라는 무기(‘科的’は武器になる)》는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각법을 알려주고 있어 화제다. 이른바 ‘무사의 나라’여서 그런지 유독 일본 책 제목에는 ‘무기’라는 단어가 자주 발견된다. 저자인 하야노 류고(早野龍五) 도쿄대 명예교수는 핵물리학의 기본이 되는 반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면서 과학커뮤니케이터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처럼 인류를 위협하는 대형 악재가 나타날 때마다 가짜뉴스와 음모론이 활개 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더불어 가짜뉴스의 시대에 흔들리지 않는 축이자 생각의 나침반으로서 과학적 사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과학적’이라는 무기》는 목차만 살펴봐도 흥미롭다. △과학자는 정답을 아는 사람? △세계에서 세상으로 가면서 알게 된 사실 △100점보다 높은 영역 바이올린과의 만남 △연구는 스스로 하는 것이다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프로의 일을 하다 △과학은 언젠가는 ‘틀렸다’라는 것을 인정한다 △과학은 과학자들의 바통 릴레이 △데이터는 평범한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음악과 교육을 과학으로 한다면 등이다. 최첨단 물리학 연구에 몰두함과 동시에 대중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저자의 의욕을 엿볼 수 있다.
하야노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해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사고 직후부터 소셜미디어로 방사선 피폭 정보를 발신하면서 주목받았다. 이 책에는 연구실을 뛰쳐나와 세상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게 된 그의 이야기와 함께 과학적 사고를 비즈니스에 접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소개돼 있다.
하야노 교수는 “물리학에서 발견이란 ‘어떤 현상을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흔히 과학이라고 하면 그래프, 도표와 같은 복잡한 것들을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책에서 말하는 ‘과학적’이란 무기는 그래프나 도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또 “과학은 분명한 증거에 근거해 생각하고, 잘못된 것을 발견하면 인정하고 수정하는 힘”이라며 “최초의 가설을 과감하게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용기”라고 덧붙인다.
하야노 교수는 과학적 사고의 자세를 “아마추어의 마음으로 프로의 일을 한다”고 표현한다. 아마추어의 마음이란 호기심과 도전정신이다. 지금 진행하는 연구가 당장 어떤 도움이 될지 몰라도 언젠가는 예상치 못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프로의 일이란 제대로 가설을 세우고, 적절한 이론을 토대로 실험을 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반복해서 검증하고, 최종적으로 모순이 없도록 설명하는 것이다.
과학은 과학자들을 위한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 책은 혼돈의 세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다목적 과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