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조사 중인 정부 합동조사단이 국토교통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검증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1일 오후 2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3차 정례 브리핑에서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 의심 사례를 포함하여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며 "토지거래는 주로 광명시흥 지구에 집중되었으며, 다른 3기 신도시 지구에도 투기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정세균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 엄포LH 자체 조사에서 직원 13명의 토지 거래가 확인됐단 점을 감안하면, 이번 전수조사에서 추가된 투기 의심 직원은 7명에 불과한 셈이다. 앞서 조사단은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1차 전수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LH 조사 결과 발표는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모든 의심과 의혹에 대해 이 잡듯 샅샅이 뒤져 티끌만한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고 거듭 피력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와 LH 임직원에 이어, 경기, 인천, 기초지자체 및 지방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신속히 진행하여,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즉시 수사 의뢰하겠다"며 "조사에 따라 향후 조사지역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합조단은 경기, 인천, 기초지자체 및 지방공기업 임직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2차 조사 대상은 국토부·LH 직원 가족, 지자체 직원과 지방 공기업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지자체 직원과 지방 공기업 직원만 9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족까지 포함한 조사 대상은 10만명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정세균 총리가 향후 조사지역 확대까지 고려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대대적인 전수조사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여당 의원 중심으로 번진 땅 투기 의혹이에 최근 불거진 정치인 대상 검증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치인을 대상으로 한 검증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어머니는 지난 2019년 3기 신도시 예정지인 광명 가학동 인근 땅을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학동은 지난달 24일 광명시 광명동, 옥길동 등과 함께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곳이다.
이 씨가 매입한 부지 자체가 LH가 개발하는 신도시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해당 지역이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이라 이유에서 이 씨가 개발정보를 알고 투자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15년 10월 남편 최모씨와 공동명의로 경기 화성시 비봉면 삼화리에 3492㎡(1056평) 규모의 토지를 4억7520만원에 매입했다. 2014년 9월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 지구계획을 승인받은 곳과 불과 350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이에 양향자 최고위원이 산 땅은 3기 신도시 지역은 아니지만 개발 호재를 노리고 토지를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경만 민주당 의원은 배우자가 2016~2018년 3기 신도시 예정지와 가까운 경기 시흥 일대의 땅을 쪼개기 매입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내 부동산 투기 의혹이 번지자 민주당이 '정면돌파'를 택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회의원에 대해 한 점 의혹도 허용해선 안 된다"며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회의원 300명 부동산 전수조사를 제안했다.
이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즉각 "한번 해보자"고 받아치면서 정치인 대상 부동산 관련 내역 전수조사가 가시권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