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TPC 소그래스에서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의 총상금은 1500만달러(약 170억4000만원)다. 2020~2021시즌 메이저대회를 통틀어도 단일 대회로는 가장 큰 상금 규모를 자랑한다. 우승상금도 270만달러에 달한다. 비록 4대 메이저대회에 못 들어 ‘제5의 메이저’로 불리지만 돈이 곧 명예인 프로 선수에겐 이 대회가 진짜 메이저대회인 셈이다. 총상금 1500만달러…역대 최고
1500만달러는 플레이오프 등을 제외한 역대 PGA투어 대회를 통틀어서 가장 큰 총상금 규모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지난해에도 같은 상금을 내걸었다. 그러나 작년 대회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1라운드를 마친 뒤 취소됐다. 따라서 1500만달러 규모로 대회가 제대로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1974년 출범한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4대 메이저와 비교하면 아직 50살도 되지 않은 ‘젊은’ 대회다. 오거스타내셔널GC가 여는 마스터스가 올해로 87세(1934년),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의 PGA챔피언십(1916년) 105세, 미국골프협회(USGA)가 주최하는 US오픈(1895년) 126세, 영국왕립골프협회의 디오픈(1860년)은 161세다.
PGA투어는 1968년 토너먼트 골프 선수를 위해 미국프로골프협회로부터 독립한 조직이다. 1974년부터 20년간 투어 커미셔너로 일한 딘 버먼의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프로골프 산업을 성장시켜왔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PGA투어는 4대 메이저대회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항상 ‘최고 상금 규모’를 유지하도록 애써왔다. 상금 규모만큼은 4대 메이저 이상의 대회로 만드는 게 목표였다. 첫 대회의 우승상금이 50만달러로, 같은 해 열린 마스터스(3만5000달러), US오픈(3만5000달러), PGA챔피언십(4만5000달러), 디오픈(5500파운드)보다 많았던 이유다.
우승자에게 주는 특전도 메이저대회에 버금간다. 골프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메이저대회(100점) 다음으로 높은 80점을 준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600점으로 메이저대회와 동일하다. 투어카드는 5년이 보장되고 메이저 대회 2년 출전권이 함께 주어진다. 평균 타수 3.11타, ‘마의 파3’ 17번홀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대표하는 건 ‘아일랜드 홀’인 17번홀(파3)이다. 이 골프장 설계를 맡은 피트 다이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난해 타계한 다이는 골프장은 샷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도록 어려워야 한다는 철학을 골프 코스에 반영했다.
이 홀은 137야드로 매우 짧은 편이지만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조금만 샷이 벗어나도 공이 물에 빠진다. 2003년부터 기록된 이 홀의 평균 타수는 3.11타에 달한다. 출전한 선수들이 이 홀에선 타수를 잃고 돌아갔다는 뜻이다.
제5의 메이저대회인 만큼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다. 2019년 이 대회 우승자 로리 매킬로이(32·북아일랜드)는 지난해 대회가 취소되면서 올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했다. ‘괴력의 장타자’ 브라이슨 디섐보(28·미국)도 지난주 아널드파머 인비테이셔널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2017년 우승자 김시우(26)와 함께 임성재(23), 안병훈(30), 강성훈(34), 이경훈(30) 등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김시우는 4년 전 만 21세11개월 나이에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했다. 이는 대회 사상 최연소 우승 기록이었고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김시우는 “최연소 우승 기록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기록이 깨지지 않고 계속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