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엘케이, 뷰노, 루닛 등 인공지능(AI)기반 영상 의료기 업체들이 앞다퉈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수익성도 끌어올리기 위해선 하루빨리 세계 무대에 데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해외시장 공략’이라는 총론은 같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3사 3색’이다.
2014년 문을 연 제이엘케이는 해외시장 공략의 첫걸음을 ‘특허 확대’로 잡았다. 충분한 특허를 확보한 뒤 미국 유럽 등 메이저 시장에 도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달 기준 제이엘케이의 해외 특허 등록·출원 건수는 41건으로 루닛(40건)과 뷰노(13건)보다 많다. 최근 한 달 사이 미국에서만 2건의 특허를 취득했다.
지난달 ‘뇌졸중 진단 및 예후 예측 방법 및 시스템’과 이달 2일 ‘3차원 심층 신경망을 이용한 영상 분석 장치 및 분석법’으로 각각 특허를 따냈다. 3차원 심층 신경망을 이용하면 서로 다른 2차원 영상을 층층이 쌓아올려 만든 3차원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7일 열린 유럽영상의학회(ECR)에 참가하는 등 인공지능(AI) 진단 기술을 해외에 적극 홍보하고 있다.
같은 해 출범한 뷰노는 일본 대만 몽골 등 아시아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등 대형 시장을 노리는 제이엘케이와는 다른 행보다. 일본에선 소니 자회사인 M3를 통해 병원 위주로 진단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월엔 대만 종합의료기업인 CHC헬스케어그룹과 판권 계약을 체결하고 AI 진단 솔루션 4종의 판권을 넘겼다. 이달 초 몽골 국립전염병센터(NCCD)에 흉부 엑스레이 영상 판독 보조 솔루션을 공급하기도 했다.
2013년 설립된 회사 루닛은 글로벌 기업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해외시장을 뚫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의료기기에 루닛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것. 지난달 필립스가 만든 흉부 영상진단 장비에 폐질환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인 ‘루닛 인사이트 CXR’을 공급하기로 한 게 대표적인 예다. 루닛은 지난해 6월 미국 GE헬스케어, 2019년 8월 일본 후지필름과도 해당 소프트웨어 공급 계약을 맺었다. 루닛 관계자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세 곳과의 계약을 통해 세계 엑스레이 시장의 약 50%에 공급망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루닛은 신약 개발에도 AI 진단 역량을 접목했다. 루닛은 1월 지아이이노베이션과 신약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협약을 체결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이 개발 중인 면역항암제 ‘GI-101’의 치료 예후와 효능을 평가하는 데 루닛의 AI 기반 바이오마커(생체 표지자) 분석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